이예원
[The Psychology Times=이예원 ]
어딘가에 가기 위해 입을 옷을 정할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옷은 너무 튀지 않나?’, ‘남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이상하리만치 남들이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조금만 특이한 옷을 입거나 행동하면 다들 나를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의 시선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당신의 생각보다 남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이와 관련된 심리학 개념이 ‘스포트라이트 효과’이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
스포트라이트 효과란?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외모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무대 중앙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유독 자신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고 과대평가한다. 과대평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는 정도보다 더 크게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당신의 생각보다 남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래도 남들이 생각만큼 당신을 주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런 당신을 위해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입증된 두 가지 연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먼저 소개할 연구는 Timothy Lawson의 실험이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앞면에 ‘American Eagle’이 새겨진 셔츠로 갈아입고 친구들과 만나도록 하였다. 사전에 진행한 조사에서 학생들의 약 40%가 다른 학생들이 자기 셔츠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 기억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친구들의 10%만이 그들의 셔츠에 ‘American Eagle’ 문구가 새겨진 것을 기억했다. 심지어 대부분 학생은 자기 친구가 잠시 방을 나간 후 다른 셔츠로 갈아입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연구는 Gilovich 등이 진행한 Barry Manilow 티셔츠 실험이다. Barry Manilow는 194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1970~1980년대에 활동한 가수이다. Gilovich 등은 학생들에게 Barry Manilow 티셔츠를 입고 교실에 들어가도록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용필과 같은 과거에 활동한 스타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게 한 것이다.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친구들의 약 50%가 자신이 입은 옷을 알아차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단 23%만이 그들의 옷을 알아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실험들에서 알 수 있듯 대다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을 주시하는 것보다 더 자신을 주시하고 느낀다. 그렇다면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왜 일어날까?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와 영향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기 중심성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유독 강하게 느낀다. 자신이 강하게 느끼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자기 중심성을 가진 사람들은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무대 위에 오직 자신만을 조명이 비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남들의 이목을 이끌 것이며, 타인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자기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며 타인과의 관계 발전 및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심해지면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강박을 불러일으키며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자기만을 비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앞에서 언급한 실험들에서도 알 수 있듯 절대 스포트라이트는 당신만을 비추고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을 쳐다보고 있고, 나의 행동들을 의식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당신의 착각이다. 궁금하다면 작은 실험을 해보아도 좋다. 연구자들의 실험처럼 친한 친구들과 만날 때 특이한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가도 당신의 친구들은 거의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신도 당신의 친구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당신이 자신에게 관심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 집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본인에게만 집중하듯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 있다는 사실을 알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보단 자기 자신에게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몰두할수록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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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내 말이 맞잖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참고문헌
David G. Myers, Jean M. Twenge, <마이어스의 사회심리학>, 시그마프레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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