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처음 만나는 순간,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에 첫 말을 띄우는 사람들이 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용기 내어 전한 인사말에 쑥스러움으로 가득했던 서로의 얼굴에는 이내 밝고 편안한 미소가 그려지고,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고심한 끝에 우리는 다음 말을 이어 나간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은 당신의 세상에 내가 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일이다. 둘 중 하나라도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지 않는다.
어떻게 말하느냐는 서로의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흔히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심리학자들은 마지막에 나온 정보보다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초두 효과’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단 3초의 시간으로 그나 그녀가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인지 결정한다는 사실은 놀랍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평일 오후의 시간,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상상해 본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자신을 소개하겠다는 한 여자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와 같은 미래의 계획을 자랑스러운 듯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다. 사실 상대방은 들을 준비도 마치지 않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상대방은 “저분은 자신을 드러내고 재잘거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네. 같이 다니면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다.”와 같은 생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아프게 다가오는 말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말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데, 그보다는 잘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딫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능력을 입증하여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분명 중요하고 멋진 일이지만,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앞을 달려가기에도 벅찬 사람들은 어느새 지쳐가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으로 1천915시간에 해당하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한다. 일부 회사의 경우 할 일을 마쳤는데도 눈치를 보다가 상사의 퇴근 이후에야 집에 갈 수 있고, 근로 시간 이후에도 의무적으로 회식에 참석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리저리 치이고 지친 이들에게,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고, 당신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따스한 말 하나가 필요한 때이다.
말 자체의 포근함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말 중에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그녀는 한 프로그램에서 ‘나의 인생에 죽비가 되어준 말’에 대해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뜻하지 않은 고비를 만났을 때 그걸 받아들이고, 그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된다.”
필자에게도 삶의 단비가 되어준 말이 있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비유한다면, 여행의 과정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떄로는 깨지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알고 걸어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야 하는 일에 발이 묶여 앞을 향해 달려가기만 했던 시절, 이 말은 유약했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벌어지는 세상의 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더해주었다. 독자분들에게는 그런 한마디가 있었는지, 기사를 읽고 생각해 보거나 친한 이들과 나눠봐도 좋을 것이다.
“말을 잘 듣고 나서야 당신은 말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곧 당신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도 말했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요. 당신의 집은 어떻습니까.“ _이금희, 우리, 편하게 말해요 中에서
“말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말 습관을 귀담아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말에 담긴 말투를 알아차리고, 나도 저렇게 말해보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따뜻하고 다정한 순간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레 적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친밀한 관계의 시작은 듣기에서부터 시작됨을 기억하자.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
'자기공개’라는 말이 있다. 자기공개는 어떤 사람 또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대상에게 자신의 모습을 개방하는 일이다. 자기공개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깊고 다정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즐거웠던 일뿐만 아니라 힘들었던 일까지 서로 털어놓은 후에 상대방과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위로하는 순간, 고통은 절반이 되고 편안함과 포근함, 안정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보고 바로 판단하고 싶은 마음을 미뤄두자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범주화’는 우리가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 관계와 사례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르면 누군가를 볼 때 우리는 “Big three”라고 일컫는 ‘인종, 나이, 성별’을 통해 자신이 보는 이 사람은 이런 특징을 지닌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각자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러한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좁아진 마음의 창고는 다른 이를 대하는 태도의 그릇에 영향을 준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해 본다면 좋겠다. 겉보기에는 무심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사람일지라도, 속에는 따뜻함으로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는 마음이 담겨있을 수 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누구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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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태연, 이장주, 박준성, 전경숙, 허성호, 김동수, 박은미, 손찬호, 전미연, 장민희, 안혜정(2016). 사회심리학. 학지사
외신도 주목한 韓근무시간 논란…젊은 직장인들 "그렇겐 못살아". (2023.03.23).
https://www.yna.co.kr/view/AKR20230323081000009
유퀴즈온더블럭. 이 목소리를 들으면 학교 지각! 우리의 아침을 열어준 이금희 자기님. https://www.youtube.com/watch?v=PAmfQWNvVMg
이금희. (2022), 우리, 편하게 말해요. 웅진지식하우스
신소율. (2023). 나를 만든 말.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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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을 꿈꾸는 김서윤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을 걷고 있는, 뚜벅뚜벅 걸어가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