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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서영 ]


“문단속을 잘해라”와 같은 물리적 범죄 예방으로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현대 우리 사회의 범죄는 더욱 치밀해지고 악랄해졌다. 가해자는 취약한 마음을 가진 피해자에게 일부로 접근하여 그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수법들이 만연화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 예로, 언론에서는 그루밍 성범죄, 가스라이팅과 같은 개념으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개념은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범행 수법이다. 과연 그루밍과 가스라이팅, 그 의미가 무엇일까?




그루밍(Grooming)이란 무엇인가?


 

최근 한 매체에서는 약 10년 간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전직 교사 강 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피해자 A씨는 논술 동아리 담당 선생님인 강 씨를 처음 만났다. 피해자 A씨는 내성적인 성격에 더불어 부모님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강 씨는 피해자에게 정신적 지지가 되어주었으며, 그녀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다. 

 



점차 신뢰 관계가 두터워지자 강 씨는 피해자 A씨의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은 점차 착취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변질되었다. 피해자를 보살핀다는 명목 아래 신체 사진을 요구하거나 지나친 스킨십을 강요하는 등 점차 강 씨는 악질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게다가 강 씨가 관계를 맺은 것은 피해자 A씨만이 아니었으며, 그는 전략적으로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약한 학생들을 골라내어 환심을 사고 점차 정신적, 육체적 지배를 하여 학생들이 그 덫에 걸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았다.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루밍의 개념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호의를 베풀고 환심을 사는 등 정서적 유대관계를 어느 정도 쌓은 후, 범죄를 교묘하게 저지르는 수법을 일컫는다. 한 논문에 따르면 그루밍(Grooming)의 과정을 ‘① 피해자와 유대감 형성하기 → ② 가해자에게 의존하기 → ③ 가해 행동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감 감소 → ④ 오랜 시간 궁지로 몰아넣기’의 4단계로 정의한다.

 

가해자 강 씨는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피해자 A 씨에게 일부러 접근하여 보호자 역할을 대신하는 등 피해자와 유대감을 형성하였다. 이때 주목할 점은 피해자 대부분은 도움이나 돌봄에 취약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부모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지나친 호의에 넘어가 이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해 계속해서 가해자를 의존하게 된다. 이때, 가해자는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립시켜 마음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인가?


 

위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환심을 사 심리적 고립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그루밍 범죄라고 정의하였다. 얼핏하면 가스라이팅과 유사한 의미로도 보일 수 있겠다. 물론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통제하여 범죄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는 닮아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 과연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일까? 

 

가스라이팅이란 타인과 상황을 조종하여 상대의 마음을 조작하는 행위로,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끔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일방적인 폭행이나 폭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려 상황에 대한 지각력을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수법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속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의 악랄함 또한 가스라이팅의 예시이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상습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며 성폭행을 일삼았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약한 여성들을 목표로 삼아 “하나님이 선생님의 몸을 빌려서 너를 사랑해 주신것일 수도 있다.”라며 그의 악랄한 범행을 신앙심으로 감싸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통제시켰다. 




심리적 통제 속에서 벗어나려면?


 

범죄는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악랄해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을 행하는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취약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조종하고 지배하려는 습성을 가졌다. 이는 상황 자체가 나 자신을 잃게 만들 수 있는 굉장히 무섭고도 두려운 범죄이기에 우리 모두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 범죄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게 심리적 지배를 받는 피해자들은 가해자 이외에 일절 관계를 맺지 않는다. 즉, 철저히 고립되어 피해받는다는 것. 때문에 잘못된 상황이 지배해도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누군가 나의 마음과 나의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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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논문

- 오세연, 송혜진. (2021). 사례분석을 중심으로 한 가스라이팅 범죄의 진행과정에 관한 연구. 한국융합과학회지, 10(5), 101-111. 10.24826/KSCS.10.5.7

 

| 영상

- 산업방송 채널 I, (2021. 11. 12).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그 차이점을 알려드립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2편_더솔루션. https://www.youtube.com/watch?v=Aj3gSfK0qg8 

 

| 기사

- “학교 가야지 공주님, 초등생에 그루밍 성폭행한 50대”, 2020년 9월 5일, 이우림,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5098#home 

- “사랑, 애정으로 포장된 어긋난 관계, ‘그루밍 범죄’”, 2022년 11월 11일, 김우성, YTN, https://www.ytn.co.kr/_ln/0101_20221111164832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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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7 21: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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