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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방주원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에 한 답변으로는 수만가지가 올 수 있다. 어떤 이는 돈, 어떤 이는 정의, 또 어떤 이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 우리 모두가 답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과거'다. 사람은 과거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의 기억이 온전하든 온전하지 않든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 


과거가 미래로 전진하는 토대로만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끊어낼 수 없는 족쇄로 남는 경우도 있다. 예전의 특정 위기 사건으로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 즉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경우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개개인별로 나타날 수 있고, 범사회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오늘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같은 사건을 겪은 집단을 모두 그 당시의 과거로 되돌려 놓는, '집단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집단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집단 트라우마는 9/11 테러나 쓰나미 처럼 대규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 되거나 국가나 지역,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해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집단 트라우마로 남는 사건들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이 있다. 이러한 사건을 직접 겪은 생존자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경험했기 때문에 한없이 깊은 트라우마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과정을 뉴스나 미디어로 접한 사람들 또한 슬픔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이 사건으로 인해 개인의 또 다른 트라우마가 자극되는 일이 발생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것들


사건의 안팎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치욕을 느끼기도 한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 사태의 한 생존자는 이렇게 증언한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사건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느끼는 치욕은 괴로움에 기인한다. 그 당시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이 현재까지 생생하게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는 곧 이 괴로움을 떨치지 못하는 개인의 치욕스러움으로 남는다. 한편 사건 밖의 생존자들은 무력하다. 피해자들이 투쟁하거나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의 기억은 이따금 치욕으로 되살아난다.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핵심 요소


이러한 집단 트라우마 현상을 극복하는 사회적 차원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안전감 촉진하기'이다. 모든 트라우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 원칙은 안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차분함 촉진하기'이다. 명상이나 호흡, 음악에서부터 치료적 안정화 기법까지 다양한 정서 조절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기 효능감과 집단 효능감 촉진하기'이다. 이는 문제 상황을 강조하기 보다 치유를 유도할 수 있는 본인의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진행될 수 있다. 넷째, '연결성 촉진하기'이다. 사랑하는 사람 및 사회적 지원과 애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희망 촉진하기'이다. 희망을 구축함으로써 영적 유대감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과거로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가 과거로 살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래서 과거의 아픔에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삶이라는 것은 늘 연속적이기에 어느 것 하나 끊어내고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아프게 남아있는 족쇄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더라도, 언젠가 과거로 남을 현재와 미래를 사소한 희망으로 채워보면 좋지 않을까. 이 글을 읽은 이상 당신은 더는 혼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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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2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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