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
[The Psychology Times=우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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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중 좋은 경험만 겪으면서 살아가면 좋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나쁜 경험도 겪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나쁜 경험의 대표적인 예시로 상실이 있다. 무한한 존재들과는 다르게 유한한 존재들은 모두 ‘끝’이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반려동물, 친구 등 모두 노년기에 접어들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하여서도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또한 비가시적인 끝도 존재한다. 연인과의 이별, 친구 관계의 단절 등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우리에게 큰 아픔을 가져다주는 이별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충격들은 그 무엇보다도 크고 아픈 상처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실을 마주했을 때 대체로 쉽게 무너지고 만다. 제대로 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는 경우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실의 아픔을 대처해야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상실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모호한 상실'을 제대로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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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이란 불완전하거나 불확실한 상실을 의미한다. 모호한 상실은 사람들에게 혼돈과 고통을 일으킨다. 문학 작품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호메로스의 작품 '오디세이' 속 페넬로페는 실종된 남편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아서 밀러의 작품 '모두가 나의 아들'에서 아버지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아들이 계속 살아 있다고 우긴다. 페넬로페와 밀러는 막연한 기다림과 불분명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받는다.
모호한 상실은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상실이며 불분명한 상태로 남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불러오는 모호한 상실은 모든 상실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상실의 모호함이 클수록 그리고 극복하기가 어려울 수록 더 심한 우울과 불안, 나아가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모호한 상실을 올바르게 극복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습을 해야지 모호한 상실을 올바르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천천히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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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경우 상실의 대상에 집착하고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식사를 거부하거나 걸핏하면 화를 쉽게 내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존재가 내 곁을 떠나 한 줌의 재로 돌아왔을 때의 비통함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곁에서 떠나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슬픔이 풀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무력감을 피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상실의 고통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정립한 칼 융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의미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아마도 모든 것에 대하여”. 이렇듯 내 안의 슬픔과 조용히 대면하여 상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나 스스로가 상실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주요 대상을 상실한 상담자들을 분석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존대한다. 상실 대상에 대한 그리운 기억과 상실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겪었던 상담자들은 상실 직후 안정적인 상담관계 유지를 위해서 애쓰고 능동적인 애도 작업을 통한 상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상실 경험 이후 한층 성숙한 상담자로 거듭날 수 있는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상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아픔을 주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그런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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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폴린 보스. (2023). 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작가정신.
변시영. (2020). 주요 대상을 상실한 상담자의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 한국질적탐구학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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