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진
[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암 걸리겠네.' 요즘에 잘 안 쓰이는 것 같지만 한때 많이 보이고 들었던 표현으로, 주로 화가 나거나 답답한 상황에서 쓰였다. 필자의 경우 웹툰 댓글에서 가장 많이 접했고 유행어처럼 쓰였기 때문에 그 표현에 대한 어떤 경각심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표현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본인은 암 환자의 가족인데 암이란 무섭고 힘든 질병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암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힘들어하는데 이런 댓글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엔 신체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병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면서 정신 질환에 관한 용어가 일상생활 속에 많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앞의 사례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너 조울증(양극성 장애)이야?', '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온다.', '강박(강박장애) 있냐?',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왜 조심해야 할까?
이런 표현들을 가볍게 사용하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종종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한다. 어떤 병인지 조금이라도 알아보면 '이걸 직접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표현들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로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알고 사용하는 것과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질환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어떤 병인지, 증상이 무엇인지 소개해 보려 한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어쩌면 가장 많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외상 사건 이후 경험하게 되는 장애다. 외상 사건이란 실제 죽음, 심각한 상해, 성적 폭력 또는 그에 의한 위협 등이 해당된다. 증상은 크게 4가지가 있다.
1. 침투 증상: 내가 그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떠올려지는 것
-악몽, 회상, 플래시백이 이에 해당하는데, 플래시백은 내 눈앞에 외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꿈처럼 느껴지는 경험이다.
2. 과각성: 외상 사건들이 떠오를 때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현상들
-쉽게 놀라거나, 화를 잘 내거나, 주의집중 곤란, 불면 등을 경험할 수 있다.
3. 회피: 외상 사건을 겪은 후 외상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 여러 단서들(외상과 관련된 생각, 대화, 사람, 장소)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4. 외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 인지, 감정의 변화로 그동안 겪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하는 것
-상실에 대한 슬픔, 생존에 대한 죄책감, 희생자와 동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 외상이 반복되리라는 공포 등이 포함된다.
강박 장애
강박 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함께 일컫는다. 강박사고란 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동, 심상이 마음속에 반복하여 떠오르는 것으로, 성적 공격적, 축적, 오염, 종교, 정확성 강박사고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강박사고로 인한 고통이 부정정서를 일으키고, 부정 정서를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나는 것이 강박행동이다. 본인 스스로도 비합리적이고 과도하다고 인식을 하고 있지만 통제하지 못한다.
강박행동에는 지나치게 손을 씻거나 양치 등을 하는 청결,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행동, 정리하거나 숫자 세기 등이 있다. 강박행동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외현적 행동과 겉으로는 관찰이 안되는 내현적 행동이 있는데 강박행동과 사고가 동반되는 강박장애가 있고, 강박사고만 나타나는 강박장애가 있다.
공황장애
공황(Panic)은 갑작스러운 아주 큰 공포란 뜻이다. 공황장애의 핵심 증상은 공황발작이다. 짧은 순간(수초~수분)에 난데없이 갑작스러운 큰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다. 땀이 나거나, 몸이 떨리거나, 호흡곤란, 현기증, 흉통, 질식감, 심장이 계속 뛰는 것이 그치지 않고 심해지는 심계항진, 감각이상, 죽음에 대한 공포, 정신이상에 대한 공포 등이 이에 포함된다.
공황장애를 한 번 겪게 되면 공황발작 말고도 예기불안, 회피행동과 같은 증상들을 겪기도 한다. 예기불안이란 공황발작을 겪은 사람이 발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또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이다. 회피행동은 공황장애를 겪지 않기 위해 관련된 상황, 대상들을 피해다니는 노력이다.
공황장애가 고통스러운 것은 증상 자체보다는 증상들에 대한 개인의 오해석 때문이라고 한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증상에 대해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이러다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죽음, 정신이상, 사회적 외상에 대한 우려 즉, 재앙적 오해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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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김청송,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 수원: 싸이북스, 2016
Jeffrey S. Nevid, 「이상심리학」, 신성만, 박학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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