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당신이 오늘도 '일하기 싫다'를 외치는 이유 - 학습된 무기력과 그로 인한 무기력증
  • 기사등록 2023-10-23 10:58:02
  • 기사수정 2023-11-20 11:21:27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한유진 ]



일, 일, 일하기 너무 싫은 사람들


월요병, 퇴사각, 가 족같은 회사. 세상에 회사를 욕하는 말은 정말 차고 넘치고, 하나하나 세자면 손가락이 부족한 수준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회사란 질색을 넘어 혐오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상황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영어권에서도 월요병을 두고 'Monday blues'라고 부른다. 2020년대의 신세대들만 가지고 있는 증상이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인간이 가장 처음으로 노동의 고통을 얻게 된 순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성경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에게 가해진 첫 번째 벌이 '일하는 고통', 즉 노동의 수고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일에 고통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간다면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노동이고, 또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노동을 너무나도 싫어한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미루고 피하고 싶어한다. 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자신이 평생 동안 지속해야 하는 일을 이토록 싫어하도록 만든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이 창세기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겠지만, 사실은 심리학적 이유 또한 숨겨져 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순간, 학습된 무기력


미국의 심리학자 도널드 히로토는 기존의 동물 위주 연구와 달리 사람을 이용해서 무기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집단을 셋으로 나누어 한 명씩 버튼이 설치된 방에 격리하였다. A집단이 있는 방은 소음이 들리지만 버튼을 누르면 바로 소음을 멈출 수 있었다. B집단이 있는 방에도 버튼은 있었지만 이 버튼은 아무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C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히로토는 모든 집단을 버튼이 잘 작동하는 방으로 옮기고, 다시 한 번 소음을 들려주었다. 이미 버튼이 작동하는 것을 알고 있는 A집단의 사람들은 모두 버튼을 눌렀고, 놀랍게도 C집단의 사람들도 모두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B집단의 피험자들 대부분은 그저 수동적으로 불쾌한 소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실험이 알려주는 것은 어떤 통제불능 상황에 대한 경험이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우 이 상황에 느낀 무기력이 학습되며, 계속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 자신의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때조차도 행동하지 않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무기력이 심할 때 '무기력증'이라 명명하며 정신적 질병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노동과 무기력증


노동은 필연적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불러일으킨다. 노동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성과를 재단하므로, 노동자는 자연스럽게 실패는 물론 자신의 이상과의 거리감까지 느끼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실패의 좌절감이 너무 크면 성공을 하고자 하는 마음마저 없어져 버린다. 진학은 물론 취업, 사업, 바라는 꿈과의 거리감이 자존감과 도전의식을 잃게 하고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느낀 무기력을 뇌에 새기게 된다. 무한 경쟁 사회라는 말이 어울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이 무기력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도널드 히로토보다 먼저 연구한 학자가 바로 마틴 셀리그만이다. 셀리그만은 '학습된 낙관주의'라는 책을 통해 이러한 무기력증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무기력만이 학습화되는 것이 아니다. 성취감과 낙천적인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학습될 수 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이루게 되면 즐거운 경험이 생기고 자신감이 올라간다.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면 자신을 한번쯤 연민해 주고 용서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자연스럽게 무기력을 통제하도록 만들어 준다.



당신은 정말 '일하기' 싫은 것인가?


각종 통계를 보면, 직장 퇴사자들 중 실제로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싫어서'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는 약 20%도 되지 않으며, 업무 내용은 결국 사소한 요소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주변의 평가, 임금과 복지 등에 대한 불만이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노동'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역시 조금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창문을 열고 잠깐 마음을 비운 뒤 다시 한 번 목표를 점검해 보라. 무엇이 자신을 '일하기 싫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있는지 곧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기사


왕의 DNA, 사이비 치료를 믿는 부모들의 마음

경제 불황과 '소확행'의 연관성:립스틱 효과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되는 이유, 호손 효과

조용한 차별주의자의 시대






Seligman, Martin E. P.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낙관주의, 21세기북스, 2008

임배. "자율적 잘삶이 실현되는 활동사회 속에서의 일과 교육." 국내박사학위논문 전남대학교, 2014. 광주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7343
  • 기사등록 2023-10-23 10:58:02
  • 수정 2023-11-20 11:21:2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