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짐진 자의 이야기
어깨에 짐을 한가득 싣고 힘겹게 걸음을 떼는 ‘짐진 자’가 있었다.
그는 하나라도 짐이 떨어지려고 하면 다시 쌓아 올리며 힘든 발걸음을 계속하였다.
이때 길 반대편에서 수레를 끌고 가던 ‘내려놓은 자’가 짐진 자에게 그 짐 좀 내려놓고 편하게 가라고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짐진 자는 내려놓은 자에게
“나는 당신처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끌고 갈 수 있는 수레가 없습니다.” 라고 답하며 다시금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이에 내려놓은 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도 과거에는 당신처럼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다녔어요. 어느 날 몸과 마음이 병들고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짐을 내려놓아 버렸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하게 지나가던 수레꾼이 수레를 건네더군요. 그러고는 ‘당신이 언제 그 짐을 내려놓나 평생을 함께 걷고 있었다. 결국 힘이 다 빠지고 늙고 병들어서야 그 짐을 내려놓는구나, 진작 내려놓았다면 힘이 덜 들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수레를 남기고 떠났어요. 이후 나는 수레에 짐을 내맡기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고 걸음걸음에 집중하며 가볍게 다니다 보니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았죠.”
“이제 당신도 짐을 내려놓지 않으시겠어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성경 마태복음 11:28의 구절이다.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서 이 문장은 참 마음에 울림을 주는 구절이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자신에게 스스로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무겁고 버거운 짐을 가득 지게 해놓고 쉴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왜 더 빨리 걷지 못하는지, 앞선 사람을 왜 따라잡지 못하는지 계속해서 자신을 자책하고 채찍질하며 나무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더 이상 걸음을 옮길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 몸과 마음이 지치고 병들었을 때 내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털썩 내려놓고는 그 자유와 해방감과 가벼움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 나이가 들어 남은 길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에 일평생 짊어지고 다니던 짐들을 왜 진작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을까,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다음 발자국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과 담소와 미소를 나누지 않았을까 후회할 것이다.
내려놓음의 미학
스스로를 속박하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세상 잡다한 것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이 어떨까.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수많은 짐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큰일이 날 것만 같지만 막상 짐을 털썩 내려놓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수레를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짐을 내려놓았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레에 짐을 옮겨 실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더 빨리, 더 행복하게 걸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이 소중한 인생에서 짐진 자 보다 내려놓은 자가 되기로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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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1:28 (개역한글판).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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