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이승현]

“ 당신은 부인이 그녀의 남편을 사랑해야 하는 것처럼 나를 사랑했지. 하지만 당신은 판단력이 부족해. 그러니 나에게 기대면 돼” (헨리크 입센, 156). 

위는 토르발트 헬마의 대사로, 그는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독재적인 노라의 남편이다. 그는 그의 나르시스 적 성향을 통해 그의 부인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가스라이팅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가스라이팅은 작가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라이트’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Gas Light 1938). 이는 정신적 학대의 일종으로 가해자는 상황조작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며, 피해자는 스스로의 인지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특히 피해자의 능력을 깎아 내리고 자아를 뒤흔들어서 가해자는 자신의 가치관을 그에게 주입시키고 피해자의 거부를 미리 차단한다. 이러한 정신 조종으로 피해자는 낮은 자존감과 현실 인지 부조화 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결국 스스로를 전혀 믿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심리적 폭력인 가스라이팅은 연인 간의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 관계 등 모든 형태의 인간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가스라이팅의 심리 메커니즘을 분석해서 원인을 인지하고 폭력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스라이팅은 작화증 (confabulation) 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코르사코프 증후군 (Korsakoff’s syndrome) 이라고도 불리우는 작화증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 혹은 믿고 싶지 않은 부분을 허구의 상황으로 메우는 정신병적 증상이다. 작화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꾸며 낸 이야기나 세부 사항들이 실제의 상황이었던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없어서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보인다. 유사한 형태로 망상장애가 존재하는데 이는 현실에 대한 왜곡된 해석과 잘못된 믿음이라는 점에서 작화증과 궤를 같이 하지만, 망상장애와 관련된 뚜렷한 생물학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작화증의 경우, 신경 과학자인 Michael Gazzaniga는 뇌의 좌우반구 사이의 의사소통이 실패할 때 작화증이 더 높은 강도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정상적인 대뇌에서는 좌우반구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좌반구는 언어적 정보를 처리하며 우반구는 논리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뇌의 두 반구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손상되었을 경우, 좌반구가 우반구의 논리 기능에 대한 근거를 꾸며 내는 ‘소설가’ 가 되어 작화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Schulz 81). 이러한 생리학적 결함으로 인해 작화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에게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흔하게 발견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작화증으로 인해 스스로를 속이고 결국 심리적 학대와 심리적 고통을 야기한다. 철학 교수인 케이트 에이브람슨 (Kate Abramson) 에 의하면,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종종 두 가지의 모순된 욕망에 직면한다. 자신을 정신적 학대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싶지 않은 욕망과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에 순종하고 반대 의견을 내비치지 않길 바라는 욕망이다 (Spear, 235-236). 두 욕망 사이의 차이를 메우고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해자는 오히려 더욱 상대방에게 잘못을 전가하고 그들을 비난하게 된다. 결국 기억을 조작하고 피해자를 깎아 내리는 이유를 작화증을 통해 만들어 내서 가스라이팅을 범하는 것이다. 

작화증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감정이 작화증의 주요 원인이다 (Spear 231). 그들은 가해자와의 관계를 무너트리고 싶지 않다는 욕망에 의해 그들이 당한 언어적, 정신적 폭력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자신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를 거부하며, 가해자에 대한 신뢰가 그들의 눈을 멀게 한다. 특히 작화증으로 인해 피해자는 그들이 폭력을 당하는 이유를 꾸며내며 이는 자존감 상실, 심한 자책감 등으로 이어진다. 

가스라이팅은 일종의 정신 조종이기 때문에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스라이팅의 원인부터 예시와 해결책을 면밀히 조사한 후, 가해자와의 관계를 벗어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참고자료

 Abramson, Kate. “Turning Up the Lights on Gaslighting.” Philosophical Perspectives, vol. 28, 2014, pp. 1–30. JSTOR, www.jstor.org/stable/26614542. Accessed 2 Dec. 2020.

Ibsen, Henrik. A Doll's House. Google Books, The Floating Press, 1 Jan. 2009.

Schulz, Kathryn. "Our Minds, Part One: Knowing, Not Knowing, and Making It Up." Being Wrong: Adventures in the Margin of Error. Ecco Press, 2010. 76-86. Print.

Spear, Andrew D. “Gaslighting, Confabulation, and Epistemic Innocence”. Topoi 39, Feb, 2020 229–41. https://doi.org/10.1007/s11245-018-961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