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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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누군가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부모의 인성, 가풍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요소 또한 존재한다. 바로, ‘출생 순서’다.
같은 부모가 낳았고, 같은 집안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지고 성장한다.
누구도 출생 순서를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출생 순서에 따르는 역할이라는 것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글과 필자는 그러한 역할들 중, ‘장녀’라는 위치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2부에서는, 맏딸의 ‘성격 및 대인관계’, 그중에서도 ‘친구관계’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친구로서의 ‘맏딸’은 어떨까? 리먼과 리차드슨이 쓴 책에 의하면 사실, 첫째 딸은 친구가 되기 쉬운 유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다소 느리고,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맏딸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누군가로서는, 그들과 진정한 유대를 맺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타인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맏딸들은 특유의 ‘성실함’, ‘진지함’, 그리고 ‘일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가진 이러한 장점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순간에 있어서는 방해물이 되곤 한다. 처음 만난 상대와도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맏딸의 모습이, 상대방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자 즉각 나서고,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하며 앞장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명 당당하고 멋진 모습임에도,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맏딸들은 대체로, 타인을 가르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진 분석적인 태도와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들이, 그저 다정하고 편안한 대화를 기대했던 타인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렇게 맏딸들은 타인과 ‘쉽게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특징’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맏딸들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를 의미하는 것을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지함’이라는 특성은 맏딸들이 친구를 쉽게 사귀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착실히 쌓아 올린 우정을, ‘평생’이라는 기간으로 이어줄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여준다. 관계 형성 자체에 신중한 맏딸들은 대체적으로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맺어진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렇게 탁월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맏딸들과 ‘더 편한 친구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보통 맏딸들은 같은 나이, 즉 동갑보다는 그들보다 조금 나이가 많거나 혹은 조금 더 어린 사람들과 ‘더 편한 친구 사이’로 지내곤 한다. 이런 점은 집안에서 외동으로서 어른들과만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첫째로서 동생들과 어울렸던 경험과 연관된다.
물론 친구는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는지, ‘맏딸들의 친구들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은 조사 결과, 실제로 가정에서 맏딸인 것이 밝혀졌다. 친구 관계에서도 우리들은, 서로의 진정한 자아의 일부분에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자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맏딸’과 ‘맏딸’은 친구가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떠받쳐 올려주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맏딸의 친구 유형 중에 같은 맏딸들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더 편하고, 친한 친구’로 느끼는 유형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연상이거나 연하인 경우가 더 많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저술가인 베레나 카스트에 따르면, 맏딸과 맏딸이 친구 관계를 맺을 경우에는, 그들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 있어서 너무 비슷하게 닮은 탓에, 서로를 비교하게 되면서 질투, 그리고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집안에서 맏딸과 막내딸의 역할을 하는 여성 두 명이 만나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을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 둘의 우정을 통해 맏딸과 막내딸 모두가 좋은 영향을 받게 된다. 막내 특유의 자유롭고 편한 삶의 자세는 맏이를 해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막내는 자신을 보살펴주고 조언해 주는 친구에게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맏딸과 맏딸의 경우가 그랬듯이, 맏딸과 막내딸 간 친구 관계 역시 위험성이 명백히 존재한다. 맏딸에게는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피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치 누군가의 ‘엄마’처럼 구는 경향이 있다. 만약 맏딸이 엄마처럼 보살피는 역할이 과도해질 경우, 지나치게 부담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더욱 경계해야 할 부분은, 그들에게는 이런 관계가 너무도 익숙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미처 의식조차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PIXABAY만약 당신이 맏딸인데, 평소 맏딸의 역할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고, 동성 친구들과의 사이에서도 늘 일정한 거리를 두어오는 편에 속했다면, 다음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다시금 진지하게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당신의 친구들이 모두 각자의 집안에서 ‘막내’인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했던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들이 맏딸인 친구, 즉 당신을 평소에도 끊임없이 불러대고 자잘한 부탁을 했을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 당신으로서는 질려 버려서, 극단적인 경우라면 친구를 다시는 사귀지 않겠다고 작정하게 만들 정도로, 친구들은 당신에게 부탁을 쉽게 해 왔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것을 어느 정도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맏딸인 당신은 늘 그런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족 내에서의 역할이 친구들 사이, 동등해야 할 관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는 점을 깨닫고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서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작가 데보라 테넌에 의하면, ‘나이 차로 인한 위계란,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아무리 맏딸로 태어났을지라도, 친구와의 관계에서조차 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돌보는 일’은 첫째 딸의 몫이 아니며, 이제는 ‘당연히 떠맡는 일’에 대해 인식한 뒤, 그만두어야 할 때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타인을 향한 강박적인 보살핌은 관두고, 자신도 돌봐야 한다.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것부터 생각해 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지?”
당황스럽겠지만, 놀랍게도 저 간단한 질문이 바로 당신을 ‘원치 않고 할 수도 없는 일을 떠맡는 상황을 다시 검토할 수 있게 만들어 줄’ 마법의 질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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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 본 적 있어요?” : 가장 보통의 장녀로 살아간다는 것 [1부]
참고문헌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 & 비스 엔트호번. (2018).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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