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영
[The Psychology Times=최서영 ]
필자는 서점에 방문해 심리학 코너에 있는 책을 훑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에서 힐링을 하고자 필자는 어김없이 서점에 방문했다. 이때 읽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서적들은 줄곧 “감정적 판단을 지양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를 외치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책을 훌어볼 땐 '객관적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보편적이면서도 당연한 말 같았다. 집에 돌아와 '객관적 태도를 갖는 것'에 꽂혀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상은 감정에 휩쓸려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속 이성세포는 주인공 유미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 누구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그러나 감성세포는 이성세포와 항상 대척점에 서서 슬픔, 우울, 연민, 동정 등 수많은 감정들을 일깨우고 유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장면들이 더러 나온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속 감성세포
수많은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에서 강조하는 ‘이성적 판단’과 ‘객관적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주체인 내가 감성세포에게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일 텐데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
최근 심리학에서 가장 주목하는 단어인 ‘마음 챙김’,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신 혹은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이를 조망하고 인식한다는 점에서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 기질적으로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느끼거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이성적인 자아를 잃고 감정에 압도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마치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맞은 주인공 ‘유미’가 경험하는 우울, 불안, 두려움, 상실로 인해 온 세포마을이 풍비박산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필요한 훈련이 바로 ‘마음챙김’ 훈련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인 경험에 대하여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배우도록 하는 근본적인 치료 기법이다. 즉, 수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압도된 현 상황에서 감정을 반영하기보다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으로 보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또한, 자신의 부정적인 내적 경험에 대하여 평가하지 않고 수용적인 태도로 관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마음챙김 기법의 핵심적인 원리이다.
마음챙김의 훈련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일까?
① 노출효과
Goleman은 노출효과에 따른 탈-민감화 과정으로서 마음 챙김을 설명한다.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 명상을 하며 반복적인 호흡을 하게 되면 이완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다양한 부정적인 내적 경험들을 주시하게 됨으로써 불안을 야기했던 사고나 상황을 통제하고 부정적인 자극에 대해 탈민감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DBT(변증법적 치료기법)를 창시한 Linehan은 마음챙김 훈련이 노출 효과를 야기하여 부정적인 사고나 정서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마음챙김 훈련을 함으로써 회피하려하지 않고, 이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킨다고 본다.
② 탈자동화
부정적인 생각이나 사고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특성을 가진다. 이때 명상을 하게 되면 과거 자신이 갖고 있던 무의식적인 인지과정이 점차 약화되어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 신념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는 탈자동화 과정을 겪는다. 즉, 마음챙김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집착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여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이다.
③ 수용
수용이란 자신이 경험하거나 사고하는 과정을 흘러가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필자는 위기 상황이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에 맞닿을 때 그 감정에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방식을 택하곤 하는 데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는 사고, 감정들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관계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함으로써 있는 그대로를 완전하게 경험하는 방식인 것이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심리치료는 무엇이 있을까?
위와 같은 마음챙김을 근거한 프로그램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청소년들, 자살을 생각한 이들 등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여러 대상들에게 처치되어왔다. 대표적인 치료 기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①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 DBT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기법으로, ‘정-반-합’을 근거로 한 변증법적 세계관에서 파생된 이론이다. 내담자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와 정서 속에서 수용하고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 목적으로 두고 있다.
② 수용과 참여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 ACT는 내담자의 경험 회피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현재 순간의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사고 과정과 생각을 관찰하도록 하게끔 한다.
③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 MBCT는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처치된 프로그램으로, 우울증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방하는 것에 주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는 부정적인 자동적인 사고 방식을 교정하는 방식이 아닌, 부정적 사고와 감정 자체를 타당화하여 그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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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논문]
- 박상규. (2013). 자아존중감과 마음챙김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8(4), 881-890.
- 박성현. (2007). 위빠싸나 명상, 마음챙김, 그리고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7(2), 83-105.
- 이혜진 and 박형인. (2015). 마음챙김 기반 치료의 효과: 메타분석 연구. 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34(4), 991-1038.
[웹 페이지]
- 감정조절의 기술, 마음챙김[브런치 스토리]. (2023. 10. 29). URL : https://brunch.co.kr/@hesse2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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