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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상준 ]




질풍노도의 시기



'질풍노도',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그랜빌 스탠리 홀(G. Stanley Hall)은 18세기 후반 독일의 문학 운동을 가리키던 말인 '질풍노도'를 청소년기의 격동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였습니다.

비록 현대 연구에 의해 질풍노도라는 개념이 실제보다 과장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청소년기가 변화의 시기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은 종종 일탈적 행동을 하곤 합니다.

대부분은 흡연이나 음주와 같이 비교적 통상적인 비행이겠지만, 간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탈을 저지른 비행 청소년들이 성인기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청소년기에 일탈행동의 경험이 있더라도, 성인이 되면 더 이상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중 시스템 모델



일탈행동은 아동기도, 성인기도 아닌 유독 청소년기에 두드러집니다.

청소년기 일탈행동의 원인으로 청소년들의 위험 추구 성향이 다른 발달 단계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중 시스템 모델(Dual Systems Model)을 이용하여 청소년기의 위험 추구 성향을 설명하였습니다.


이중 시스템 모델은 청소년기의 위험 추구 행동이 두뇌 발달 과정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합니다.

이중 시스템 모델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에서는 두 가지 시스템이 개별적으로 발달합니다.

하나는 사회 정서적 시스템(socioemotional system)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적 통제 시스템(cognitive control system)입니다.

사회 정서적 시스템은 감각 추구와 보상 민감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감각 추구는 다양하고 새로운 감각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며, 보상 민감성은 같은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더 크게 받아들이는 특성입니다.

한편, 인지적 통제 시스템의 발달은 청소년의 충동성을 억제하고, 자기조절능력을 향상시킵니다.

 



두 시스템 사이의 부조화



문제는 사회정서적 시스템과 인지적 통제 시스템이 균형적으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정서적 시스템은 청소년기 초기(10~13세)부터 급속하게 발달해, 청소년기 중기(14~17세)가 되면 최고점에 달합니다.

반면, 인지적 통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서서히 발달합니다.

청소년기 초기에서 시작된 인지적 통제 시스템의 발달은 청소년기 중기를 거쳐 청소년기 후기(18~21세)까지 이어지고, 20대 초반까지 발달합니다.

연구자들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사회 정서적 시스템이 인지적 통제 시스템에 비해 먼저 발달한다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사회정서적 시스템과 인지적 통제 시스템의 발달 과정 (Shulman et al, 2016)

 


일탈의 기로에서



이와 같은 발달적 불균형으로 인해 청소년기의 뇌는 성인의 뇌에 비해 자극과 보상에는 더 크게 반응하는 반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떨어집니다.

따라서, 일탈의 기로에서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일탈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절도 범죄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회 정서적 시스템의 발달로 청소년은 성인보다 절도 행위로 얻게 될 이득은 더 크게 판단하고, 더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지적 통제 시스템은 덜 발달하였기 때문에, 성인보다 절도 행위에 대한 충동성은 더 크며, 자기조절능력은 더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청소년은 성인보다 절도 범죄의 유혹에 더 취약해지는 것입니다.

 



사실과 가치 사이



그렇지만, 청소년이 성인보다 일탈의 유혹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청소년의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현상이 사실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그 현상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고, 청소년 범죄를 성인과 같은 수준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의 범죄를 다룰 때 신체적 발달만이 아닌 정신적 성숙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청소년과 성인이 자기 행동에 대한 판단 능력이 다르다면, 그에 대한 책임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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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Berk, L. E. (2020). 생애발달 2: 청소년기에서 노년기까지. 시그마프레스.

Shulman, E. P., Smith, A. R., Silva, K., Icenogle, G., Duell, N., Chein, J., Steinberg, L. (2016). The dual systems model: Review, reappraisal, and reaffirmation. 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Volume 17, 1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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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10 22: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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