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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지혜 ]


길에서 넘어진 3~5살 어린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계속 달래주어야 할까? 물론 좋은 방안이긴 하지만,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새로운 맥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 여기 솜사탕 맛있겠네.”

 

아마 이 말을 듣고 바로 활짝 웃으면서 솜사탕을 먹으러 달려오는 어린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아니어도 된다. 새롭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어 ‘슬픔’에 집중하고 있던 어린이의 집중 주제가 자연스레 바뀌게 하면 된다.

 


사고방식이 단순한 어린이에게만 통용되는 방법일까? 놀랍게도 다 큰 어른들 또한 이렇게 단순하면서 역설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령 비몽사몽인 상태로 수업을 들었는데 이상하게 수업이 끝나면 정신이 말똥해졌던 순간, 배가 터질 정도로 밥을 먹고 나서 디저트도 야무지게 해치우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자.

 

엄살떨었던 것이 아니다. 분명 진심으로 졸렸었고, 배불렀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달콤한 음식이 꿀꺽꿀꺽 들어가고 강의실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집중력이 집 가는 순간에는 멀쩡해진다.

 



심리학자 아니트라 카르스텐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지칠 때까지 반복하게 하는 재밌는 실험을 하나 진행한다.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심지어 ‘ababab’를 빽빽하게 쓰도록 요구받은 참가자도 있었다.

 

그들이 지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손을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실험은 진행되었다.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연구자가 각 참가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고갈된 능력을 사용할 것을 부탁하였다. 예를 들어, 손에 감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 주소를 써달라고 하였고, 시 낭송을 한 사람들에게는 이 과제에 대해 불평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였다.

 

참가자들은 아주 흔쾌히 집 주소를 쓰고 과제에 대해 불평하였다. 심지어 한 참가자는 팔도 들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지만, 연구자가 팔을 들어 머리를 만지라고 하자 흔쾌히 머리를 만졌다.

 

참가자들은 지쳤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자아고갈 상태였다.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의 지친 상태를 의미한다.

 

이들이 이렇게 기진맥진했음에도 팔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힘이 생긴 것은 그들이 슈퍼맨이어서가 아니고, 맥락이 바뀌어서이다. 이 실험결과는 인지능력의 자아고갈이 단순히 한 부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정 맥락에서의 자아고갈이 새로운 맥락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인터넷을 꽤 한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고, 써봤을 것이다. ‘오히려 좋아’는 재작년쯤에 유행했던 인터넷 밈으로,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였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전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예민한 사람은 까탈스럽지만 동시에 눈치가 빠르고 섬세하다. 고집이 센 사람은 새로운 견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동시에 자기 의견을 잘 피력할 줄 안다. 행동이 느린 사람은 세심하고 꼼꼼하게 일을 해나가며, 즉흥적인 사람은 새로운 문제가 닥쳤을 때 융통성 있게 대처할 줄 안다.

 

어떤 과제는 수행하는 동안 힘들지만 그 과정과 결과 속에서 스스로가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어떤 책은 읽는 것 조차 어렵고 힘들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뀐 자신을 볼 수 있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지속해서 교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안 맞는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 속에 존재하는 맥락들을 바꿔보자. 모든 것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우리가 너무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긍정적인 면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오히려 좋아!’의 마인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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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새 관점과 새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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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10 22: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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