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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혜령 ]



"내 마음에는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언젠가 상담을 받으셨던 분께서 해주신 얘기입니다. 직장일과 사람문제로 너무 힘들어서 배우자에게 힘든 마음을 토로했더니 별로 반응을 안해주더랍니다. 무딘 사람이라서 큰 기대도 안했지만 그날은 위로가 너무 필요했대요. 많이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결국 남편에게 '나한테 위로 한마디만 해주라'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으로부터 돌아온 얘기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나도 힘들다. 너만 힘드냐. 그리고 솔직히 너는 배부른 소리하는 거다. 대기업 다니면서 힘들다고 이직고민하는거 아니냐. 취업 못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남편의 말을 들으니 틀린 말이 하나 없었습니다. 남편도 힘든 상황인 것도 맞고, 본인이 큰 회사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것도 맞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배부른 소리이긴 하죠.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고 해요. 남편이 너무 미우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멘탈이 약하고 엄살 피우는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위로 한마디 들으려다가 오히려 상처만 더 깊어지고 더 엉망이 된 것 같았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로 몇달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남편에게 그런 말을 들은게 마치 트라우마처럼 계속 생각나면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났다는 거죠. 


그분은 왜 남편의 '맞는 말'을 듣고 더 상처가 깊어졌던 걸까요. 이런 사례는 아주 허다합니다. 너무너무 힘든 마음을 누군가에게 어렵게 토로했는데 되려 상처를 더 깊게 얻게 되는 경우요. 분명히 틀린 말도 아니고, 나를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 같긴한데, 신기하게도 마음은 더 아프기만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혹은 상처가 깊을 때는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태도가 가장 현명한 태도인지를 아는게 시급한게 아니지요. 그 때에는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괴로움을 정당하게 이해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 너 정말 힘들겠다. ' '마음이 많이 아프지? '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고생했어.' '그래 맞어. 정말 힘들만한 일이야.' 라고 힘들어하는 그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고 이해해주는 거죠. '아픈 마음이 틀렸어. 넌 지금 아파할만한 일이 아니야' 라고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아플만한 일이라고, 내가 겪어보진 않았지만 너가 힘들다면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말해주는 거죠.


아픈 마음에는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돌봄이 필요하고 함께 머물러주는 마음이 필요해요. 그렇기에 너무 객관적으로 고민상담해주는 친구나 애인의 말은 오히려 상처가 되는 것이죠. 이 것을 안다면, 주변 사람이 힘들어 할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이전에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하겠지요. 또한 내가 힘들 때에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한 위로를 기대하지는 않게 되기도 하고요. 왜냐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이 어렵거든요.




"우리는 나무가 자라듯이 자라고 있다"

고민을 보내주신 분 중에 몇몇분들은 이미 심리상담도 받아보셨고, 병원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도 하셨다는 것을 잘 압니다. 꼭 상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서를 읽거나 여러가지 공부나 명상 등을 시도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거지?' '왜 계속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지?'하고 실망하는 순간이 옵니다.


왜냐하면 내가 기대하는만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실망감 때문에 아예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서 더 스스로를 재촉하고 채찍질하려고 하기도 하죠. 


그런데 단지 '기대하는만큼' 나아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의 기대는 항상 우리의 현실보다 높죠. 그런데 스스로를 자꾸 다그치고 재촉하면, 당연히 마음은 회복할 수 없습니다. 아이처럼 우쭈쭈해주고 격려해줘야 해요.


분명한 사실은 바른 길로 가고만 있다면, 우리는 아주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다는 겁니다. 나무가 자라듯이 자라고 있어요. 그러니 자신을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분명히 나아졌고 또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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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02 23: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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