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진
[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사진 출처=알라딘
독립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자녀 양육의 목적이자 한 개인이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환경적 독립, 경제적 독립을 한 사람은 많아도 심리적 독립을 제대로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홀로서기'란 다른 것에 매이거나 의존하지 않는 일이란 뜻이다. 이 책은 과거의 상처, 사람, 감정 등에 휩쓸려 삶의 주도권을 본인이 쥐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키워드로 짚어보는 홀로서기
#주도권 가져오기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인의 인정과 평가? 사람? 좋은 성적 혹은 일에서의 성취? 그러나 이런 것에서만 행복을 찾는 것은 좋지 않다.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심리적 웰빙과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행복의 주도권이 외부에 있다고 믿으면 나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홀로서기를 '행복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라 정의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이지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잘 알아야 내 마음을 잘 다룰 수 있다. 그래야 인생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고, 삶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
#인정과 관찰
나에 대해 잘 알아보려면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은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타인과 소통하게 하며, 깊은 욕구를 반영한다.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면 감정을 느끼는 능력 자체가 퇴화해 삶을 향한 의욕도 함께 상실할 수 있다. 감정은 죄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그럴 수도 있지~"
저자는 건강한 의존을 위해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의존 욕구 자체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여서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마인드를 내 욕구를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도 적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온 형제자매라 하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항상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세상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까. 한 사람의 해석에는 길게는 그동안 겪어온 경험, 가치관 등이, 짧게는 직전의 상황,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 등이 녹아 들어가 있다. 결국 저마다의 다른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면 각자가 내리는 해석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나를 너무 옭아매고 있는다면 그런 행동과 말 자체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자. 모두가 각자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만 이해하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겨보자. 생각보다 쉽게 나를 불편하고 피곤하게 했던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감정의 습관화
각자에겐 아픈 상처가 하나쯤 있다. 어쩌면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불편한 감정을 없애려고 행동하고, 심리적 습관이 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우리는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나의 통제 속에 감정을 표출한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행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비슷하게 행동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상처를 없애진 못하더라도 근원을 이해하고, 상처로 인해 습관화된 행동 패턴을 인식해 보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감정을 바라보다 보면 내 마음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는, 나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주고 읽는 내내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바라보세요.', '감정이 습관적으로 행동화하지 못하게 하세요.' 라는 말로만 끝내는 게 아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준다. 덕분에 책을 읽고 나면 '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근데 어떻게 실천하지?' 라는 막막함에 막히지 않고 '이제부턴 책에서 본대로 해봐야겠다.' 라는 다짐을 갖게 해준다.
결국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똑같이 느낀 점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잘 알아야 나도 '나'와 잘 지낼 수 있고, 그래야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과도 잘 지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나'에 관한 글을 써오라는 것을 과제로 받은 적이 있다. 당연히 술술 써 내려갈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려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뭘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남을 관찰하고 남의 얘기를 쓰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타인과는 상호작용하며 그들을 관찰하고, 판단하고, 정의 내렸으면서 정작 '나'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려는 노력. 어쩌면 그 노력이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어른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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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Randy J. Larsen,David M. Buss, <성격심리학>, 김근향, 조선미, 권호인, 시그마프레스, 2018
라라.E.필딩 ,<홀로서기 심리학>, 이지민, 메이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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