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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지난달 아버지와 저녁밥을 먹던 중 세대 갈등에 대한 주제가 나왔던 적이 있다. 요즘 친구들은 회사에 거의 정시에 출근하고, 칼 같이 맞춰 퇴근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업무만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셨다. 회식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하고, 야근해야겠다는 말만 나오면 표정이 나빠지는 것 같다는 말도 함께였다. MZ세대는 일부 사람의 사례를 통해 일반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애쓰면서 성실하게 삶을 살고 있다고 항변한다.


MZ세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지 궁금하던 찰나에 학교 도서관에서 「요즘 애들」이라는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MZ세대 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을 집중하여 조명한다.





낮은 임금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늪


에런라이크는「여피전략」에서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의 새로운 개념으로 여피를 등장시킨다.

여피(Yuppie)는 ‘ Young urban professionals’라고 하는데, ‘대학 교육을 받았고, 뉴욕에 살았으며 금융계나 컨설팅 업계나 법조계에서 일한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부모님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과는 다르게 과감하게 즐길 것들에 돈을 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오마카세와 골프를 즐기는 것처럼 음식뿐만 아니라 쇼핑, 있어 보이는 취미, 여행 등을 좋아한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경제적인 측면을 중시하면서 인문학보다는 경영학을 선호하고,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의 질서에 맞춰 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이력서로 개념화'한 최초의 세대이다. 자신이 과연 중산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지내던 기성세대의 생각을 밀레니얼 세대는 물려받았다. 내가 쏟은 노력만큼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 신뢰하는 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일과를 빽빽하게 계획하고, 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말만 들으면 좋아 보이지만, 그들은 좋아하는 일과 삶을 연결 지으면서 휴식도 일의 연장선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레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열정페이’라고 불리는 낮은 임금을 받고, 남은 것은 불어나는 대출금 정도이다. 경력을 쌓아가다가 인정받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이제는 정시에 퇴근하는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인생의 목적과 소명 의식을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번아웃의 위험성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 기준에 기재된 임상 증후군으로, 신체·정서적 스트레스, 에너지의 고갈에 따른 탈진 등에 의해 일어난다. 최근에는 오래 일한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20~30대가 번아웃이 오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016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번아웃 관련 조사에서는 20대의 번아웃을 주목하게 만든다. ‘일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 완전히 소모된 느낌’이라고 답한 비율은 20대(69.2%)에서 가장 높았다.’고 밝힌다.


국민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이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직장인 1만 2,083명의 질문지를 통한 번아웃과 자살 사고 유무를 알아보는 연구에서 번아웃이 올 경우 우울증이 없는 경우에도 자살 생각 비율이 7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자살 생각의 위험도가 36% 증가했다. ‘특히 자신의 업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자살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번아웃을 대한다는 것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기에 바쁜 10대 학생, 취업과 학업을 모두 챙기는 대학생, 짧은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고 성과를 올려야 하는 직장인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살면서 한 번쯤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칼럼에서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2030의 번아웃은 ‘하이텐션(고도 불안) 사회’의 병폐라고 꼬집는다. "과거에 대한 불신, 현재의 불만, 미래를 향한 불안 등 ‘3불’이 청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10월 22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서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5월 기준 21만 8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취업을 준비하거나 가사를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낸 청년’은 8만 명(36.7%) 정도이다.


번아웃의 해결은 사회 문제의 개선,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교육의 모습 등을 바꾸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중간에 지쳐 잠시 쉬어가더라도 다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노력하고 발전한 만큼 인정하는 것,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지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하는 세상에서 세대 간의 갈등보다는 우리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힘든 일은 나누고 기쁨은 공유하는 공동체의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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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윤이, 소설희, 이소정. “MZ세대, 워라밸만 중시” “‘라떼’ 조언 거부할뿐”…직장내 ‘MZ세대 논란’ 확산. 2023.01.03.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103/117264775/1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알에이치코리아

이서현. ‘번아웃’ 직장인, 우울증 없어도 자살 위험 높아진다. 국민일보. 2023.10.2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088108?sid=103

김태훈. 20대는 왜 '번아웃’에 빠질까. 경향신문. 2019.11.30.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11301254001#c2b

윤석만.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2030. 2023.03.2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1070#home

박원희. 3년 이상 취업 안하고 집에서 시간 보낸 청년 '니트족' 8만명. 연합뉴스. 2023.10.22.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278119


도서 사진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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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20 14: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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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을 꿈꾸는 김서윤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을 걷고 있는, 뚜벅뚜벅 걸어가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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