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A
[The Psychology Times=김정현A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어린 시절, 필자는 주사를 맞을 때 늘 울곤 했다. 아니 정확히는 주사를 맞기 전부터 울었다. 주변에서 필자를 지켜본 어른들은 왜 벌써 우냐고도 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먼저 예방접종을 끝마친 친구들이 하나둘씩 우는 걸 보면서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니 실제로는 그렇게 아프지 않아도 마치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진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살면서 느껴본 가장 큰 고통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체유심조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으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자기 충족 예언’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Rosenthal은 자기 충족 예언에 대해 어떤 행동에 대한 한 사람의 기대가 의도치 않게 정확한 예측이 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예언이 원인이 되어 그 예언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 자기 충족 예언이다. 자기 충족 예언에서는 기대가 우리의 행동과 지각 그리고 사고 체제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또한 특정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의미 부여가 행동에 영향을 미쳐 중요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의 앤드루 지어스 심리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클수록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백신 부작용의 종류에 대해 언급한 뒤 코로나19에 대한 걱정 정도 및 우울감을 측정했다. 그 후 3개월 이내에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 부작용을 경험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부작용을 걱정했던 사람이 실제로 더 많은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구팀은 자기 충족 예언이 실현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자기 충족 예언은 비단 고통을 느낄 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학습 과정에서도 자기 충족 예언에 따라 수행 태도가 달라진다. Brookover는 중요한 타인이 자신의 학업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동일수록, 높은 자아개념을 갖지 못하며, 미래 교육 희망 수준도 낮아 실패율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즉, 낮은 기대를 받는 아동은 높은 자아개념을 갖지 못해 자아 무력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여기 자기 충족 예언이 발달 장애아의 학습 수행 태도에 미친 영향을 밝힌 연구가 있다. 한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에 배정된 2명의 정신지체아와 1명의 학습장애아에게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아동의 학습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의 자기 충족 예언을 적극적으로 투영했다. 언어적 표현으로는 ‘그래, 잘하고 있어’, ‘놀랄 정도로 잘했다’ 등의 말을 했고, 비언어적 표현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싱긋 웃는 표정을 지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충족 예언은 발달 장애아의 사례별 학습 수행 태도를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험 대상자 모두가 중재와 유지에서 향상된 학습 수행 태도를 보였으며, 특히 학습 장애를 가진 발달 장애아가 다소 높은 증가 폭을 나타냈다. 발달 장애아에게 자기 충족 예언을 부여하자 자신감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태도와 학습에 관심도가 높아졌다. 결국 능력까지 향상하여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다. 둘째, 자기 충족 예언은 발달 장애아의 과제별 학습 수행 태도를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다. 발달 장애아들의 과제별 학습 수행 태도에서 정신 지체아는 국어, 학습장애아는 수학에서 향상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과제 해결에서도 학습 장애아에게 더 효과가 있었다. 학습을 마주했을 때 긍정적인 신념으로 참여함으로써 성취감을 갖게 되고, 학습 수행 태도가 더욱 신장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
자기 충족 예언에 따르면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 어린 시절의 필자가 얇은 주삿바늘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망설임 없이 맞을 수 있을 만큼 컸지만, 그때는 ‘이 주사는 매우 아플 거야’라는 예언에 휩싸였다. 그러니 어떤 일을 앞두고 걱정이 앞서더라도 자신에게 채찍질보다는 칭찬을, 불확실함보다는 확신을 주는 게 어떨까. 정말 우리가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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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진숙. 2005. 자기 충족적 예언이 발달장애아의 학습 수행 태도에 미치는 효과. 대구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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