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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방주원 ]




야심한 시각, 슬쩍 배가 고파오는 와중에 눈에 띄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배달 앱. 몇 번 앱을 들락거리다 '아 못 참겠다!' 하고 야식을 주문한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틀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나만의 힐링 타임을 보낸 후에 잠에 들었지만 그 다음날 아침, 왠지 몸이 찌뿌둥하고 속이 불편해 힘든 경험도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어제 너무 많이 먹었다... 너무 늦게 먹었다... 야식 괜히 먹었다... 로 이어지는 상념은 일어나자마자 사람을 괜히 예민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예민해지는 이유가 과연 야식에 대한 후회뿐일까? 야식을 먹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답은 바로 몸속 호르몬에 있다.

 



가짜 배고픔, 야식, 그리고 도파민


불면증이나 야근 등의 이유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스트레스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렙틴'이 줄어들게 되고, 그 반면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늘어난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 몸속의 호르몬은 그 균형이 붕괴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가짜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종종 느끼는, 배는 고프지만 삶은 브로콜리라도 먹을 정도는 아닌. 실제로는 전혀 에너지원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뭐라도 집어 먹고 싶어지는, 밤에는 물론이요 낮에도 입맛이 돌게 하는 바로 그 배고픔! (미국의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가짜 배고픔' 때문에 4시간을 자면 9시간 잘 때보다 약 300킬로칼로리를 더 섭취한다고 한다.) 이렇게 가짜 배고픔이 커져서 우리는 결국 늦은 밤에 진짜 배고플 때처럼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배고픔을 음식으로 충족하면서 결과적으로 그 유명한 쾌락의 호르몬, '도파민'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파민이 부족한 아침


그렇게 밤사이 내내 우리는 행복하게 야식을 먹고, 그 행복에 취해 도파민을 몽땅 탕진해 버린다. 그래서 아침에 나올 도파민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도파민의 부족으로 우리가 예민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자세한 원인은 우리 몸의 'SCN'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SCN(suprachiasmatic nucleus)'이란 우리 몸 안의 '시신경 교차상핵'으로, 뇌의 중심부 작은 부위에 있으며 생리 주기, 신경과 호르몬 활동, 인간의 24시간 주기의 다양한 기능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아침, 저녁의 시간대별로 호르몬을 조절해 몸의 균형을 맞추는 알람 시계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SCN'이 일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도파민이 필요한데, 어제 야식을 먹는 데 이미 다 써버리고 없으니 작동되지 못한다. 아침에 높아지는 혈압을 낮추어 주는 것도 'SCN'의 역할인데, 당연히 그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높은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고 내버려 두면 일명 '피가 거꾸로 솟는' 현상이 일어나고, 심박수가 높아지며 경미한 두통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 미묘하게 불안정해진 인간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보는 청산하면 되고, 도파민은 빌려오면 되지만...


야식을 먹은 건 이미 일어난 일, 예민해진 나를 붙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원활한 소화와 숙면을 위해서 야식을 삼가야 하는 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끔은 참기 힘들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소화제 복용으로 업보를 청산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예민해진 우리의 기분도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달랠 수 있다. 바로 아침 운동을 하거나 찬물 샤워를 하는 등, 부족한 도파민을 채울 수 있는 건강한 일들을 해나가면 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야식은 우리의 숙면을 방해하고, 불면은 또다시 신진대사와 혈액 순환을 저하시켜 똑같이 먹어도 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체질을 만든다. 잦은 야식은 급격한 체중 증가를 낳고, 이는 건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산뜻한 아침을 위해서라도, 또 건강을 위해서라도 야식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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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잠들기 위해 야식하고, 야식해서 선잠 자는 비극[한겨레]. 2022.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618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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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07 20: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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