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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우리가 비록 모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하루에 수많은 감정이 왔다 간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시인이자 법학자, 철학자이기도 한 잘랄루딘 루미는 매번 우리를 찾아오는 감정들을 여인숙을 찾아오는 손님들로 묘사한 시를 남겼다. 

그는 하루하루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생각 감정들을 바라보며 이에 휩쓸리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 허용할 것임을 다음과 같은 구절들로 담아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들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여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짐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모든 감정은 머물다 떠난다



여인숙에 때로는 친절하고 좋은 손님이 와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묵고 가기도 하고, 때로는 고집 세고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며 갑질을 일삼는 손님이 왔다 가기도 하는 법이다.


친절한 손님이건, 그렇지 않은 손님이건, 어떤 손님이 올 때마다 그 손님의 에너지와 분위기에 완전히 합체되어 주인장의 마음이 때로는 밝고 때로는 어둡게 이리저리 기운다면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고 더 이상 손님을 상대할 힘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건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다. 밝은 손님이건 어두운 손님이건 조용한 손님이건 시끄러운 손님이건 모든 손님은 여인숙에 잠시 머물다가 언젠가는 떠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시험에 합격하고 취직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환희와 기쁨은 직장생활의 힘듦과 피곤함에 어느새 흘러 사라지고 승진했을 때의 뿌듯함은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오면 온데 간데 없어진다. 6월 모의고사를 잘 봤을 때의 행복은 9월 모의고사를 망치고 난 뒤의 절망으로 뒤덮인다. 그러다 수능을 잘 보게 되면 이전의 어두움은 사라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날아갈 듯한 기쁨은 원하는 대학을 합격하지 못하면 다시금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우울로 변모하기 마련이다.


기쁜 감정이건, 슬픈 감정이건, 분노의 감정이건, 죄책감의 감정이건, 수치심의 감정이건 모든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서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왔다 가는 모든 감정에 동화되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피곤할지 생각해 보라.



감정을 기꺼이 허용하라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로봇이 아닌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며 잠시 왔다 간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인식하더라도 막상 감정이라는 손님이 찾아오면 떠난다는 사실을 잊고 우리의 모든 신경을 기울이며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떠한 감정도 찾아올 수 있고 우리가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감정이 찾아왔을 때는 기꺼이 감정에 자신을 내맡기는 우리이지만 어두운 감정이 우리를 스멀스멀 잠식하는 것이 느껴지면 우리는 습관처럼 우리를 찾아온 분노, 슬픔, 우울, 죄책감에 두려움을 느끼고 거부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이제 어떤 감정이 오건, 그 감정을 허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부정적인 감정이 오는 것을 싫어하며 어서 여인숙에서 나가라고 다그치지도 말고, 상대하기 싫어하며 회피하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그 감정이 나에게 와 머물고 있고 존재함을 인식해보라.


그 감정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되, 나에게 찾아온 그 감정에 대해 ‘싫음’, ‘좋음’으로 판단하며 두 번째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보자. 어떠한 감정이건 크게 동요되지 않고 ‘네가 머물다가 훌쩍 떠날 손님임을 안다. 네가 충분히 너의 역할을 다할 때까지 충분히 있다가 잘 가거라.’, 하고 허용해 보는 것이 어떤가. 


만약 오랜 시간 동안 나를 휘감고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을 거부하려 하고 제대로 허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에 대한 두 번째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라고 허용하고 인정하면, 그 감정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무로 돌아갈 것이다.


잘랄루딘 루미가 시의 말미에서 전하는 것처럼, 어두운 감정이 우리를 휘감을 때, 한번 그들을 웃으며 맞으며 기꺼이 초대해 보자. 


모든 감정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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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2005.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수록 잘랄루딘 루미 '여인숙'.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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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13 19:42:45
  • 수정 2023-12-22 0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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