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The Psychology Times=이정연 ]
여러분 할머니의 옷장은 어떤 색으로 가득한가, 화려하고 밝은 원색의 옷들이 있는가? 지하철이나 시장 등 거리를 다니다 보면 알록달록 원색의 옷을 입은 어르신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65세부터 89세의 노인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색채 선호 연구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무채색이나 옅은 색보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을 선호한다.
유독 노인이 다른 나이에 비해 원색의 옷을 많이 입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취향, 그리고 노화와 관련되어 있다. 오늘은 취향을 제외한 ‘노화와 색 선호’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노화로 인한 변화
사람은 10대까지 성장을 통해 신체의 기능이 향상하다, 20대부터 서서히 저하되며 50대부터는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신체적,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노화에 따라 감각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며 활력, 자력, 감 등이 떨어지게 된다. 시각은 ‘안구 조절 능력’과 어두운 공간에 눈이 적응하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는 ‘암순응 능력’이 쇠퇴함으로써 색채 지각의 변화를 겪게 된다.
노안이 오면 ‘파랑과 초록’, ‘파랑과 회색’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며, 모든 색을 흐리고 어둡게 보게 된다. 또한, 수정체의 단백질이 세월에 따라 자외선에 의해 서서히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며 눈에 황색 또는 하얗게 되는 ‘백내장’이 있다면, ‘자주색을 오렌지색’, ‘남보라색을 황갈색’으로 보게 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노령기는 모든 의욕이 줄어들고 본능적 행동이나 통제 능력이 감퇴하는 시기로, 4가지의 특성을 띠게 된다.
첫 번째, 기존의 환경 상태를 고수하려 한다. 두 번째, 소외감과 고독감이 심하게 나타나 우울 경향이 증가한다. 세 번째, 의존성이 강해지며 도움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려 한다. 네 번째, 내향성 및 수동성이 강해지며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화려한 색을 선호하는 이유
뇌의 특정 기관들은 빛에 민감하며 색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빨강, 주황, 노랑 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난색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혈압이나 맥박, 호흡 등이 빨라지고 긴장과 흥분이 고조되며 소화액이 분비된다. 이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고 신체 활동이 쾌활해지게 된다.
청록, 파랑, 남색 등 차가운 느낌을 주는 한색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혈압과 맥박, 호흡 등이 낮아지고 체온이 내려가게 된다. 이에 따라, 신경이 진정되어 마음이 평온해지며 휴식감이 증가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동공의 지름이 줄어들게 되어, 노인은 20대가 받는 빛의 1/3 정도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빛을 많이 반사해 색을 구별하기 쉽고 노인에게 안정감과 자극을 크게 주는 원색을 선호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어르신들은, 알아보기 쉽고 큰 안정감과 자극을 주는 쨍한 원색을 선호하게 되며 안정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한색 계열, 몸의 활력과 기분의 상승을 느끼고 싶을 때는 난색을 찾게 되는 것이다.
노인 회관과 같은 노인이 사용하는 공간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실내장식한다면, 감각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박탈’에서 벗어나고 우울을 줄이는 등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쨍한 옷이나 꽃 등 조부모님의 취향과 이런 현상을 고려해 선물해보면 좋을 것이다.
지난 기사
<출처>
박선민. "주거공간의 색채계획에 대한 노인의 심리·생리 반응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2019. 부산
고송이. "노인 색채지각의 특성을 고려한 노인 복지센터 실내색채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2003.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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