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
[The Psychology Times=이예원]
최근 성황리에 종방한 드라마 <연인>은 유명 고전 소설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작품의 배경이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인 것은 물론, 인물들 간에도 유사한 점이 많다. <연인>의 여자주인공인 유길채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도 작품의 주인공답게 유사한 점을 가진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연극성 성격장애의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두 인물이 지닌 연극성 성격장애란 무엇이며 그 원인과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연극성 성격장애란?
연극성 성격장애란 DSM-5에 기재된 성격장애의 하위 유형 중 B군 성격장애에 속하는 성격 장애의 일종으로,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나타냄으로써 사회적 부적응이 초래되는 성격특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나친 노력으로는 지나친 감정표현이나 육체적 외모를 활용하는 행동 등이 있다. 이들은 타인의 관심과 애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를 바탕으로 자신이 언제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쉽게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관심의 대상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경우, 그 사람을 질투하고 경쟁심을 느끼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진단
연극성 성격장애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아래의 8개의 항목 중 5개 이상의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1)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면 불편해한다.
2) 적절하게 타인을 성적으로 유혹하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한다.
3) 감정이 빨리 변하고 피상적이다.
4) 관심을 끌기 위해 육체적 외모를 활용한다.
5) 과장적인 표현을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6) 자기연극화, 과장된 감정표현을 나타낸다.
7) 타인이나 환경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 피암시성이 높다.
8) 대인관계를 실제보다 더 친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일반 인구의 경우 2~3%, 정신과 환자의 경우에는 10~15%라고 보고된 바 있으며, 임상 장면에서는 여성에게 더 흔히 진단되지만, 정확한 평가도구를 사용한 일부 연구에서는 남녀 간의 유병률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유병률 : 전체 인구 중 특정한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의 비율
내가 주인공이어야 해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먼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와 <연인>의 유길채는 각자 마을의 모든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중 한 명, 애슐리 윌크스와 남연준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고, 그들의 정혼자만을 바라본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하여 애슐리와 연준을 갖고자 하고, 그들의 정혼자인 멜라니와 은애에게는 질투라는 감정을 가진다.
또 다른 사례로는,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현재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48세 여성 H 씨가 있다. 그녀가 보기에 현재 남자친구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들 때마다 H 씨는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연극적인 제스처와 말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 외모 관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화려한 모습을 즐기는 H씨를 향해 주위에서는 매력적이나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사례들 모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주인공의 행태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즉,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원인과 치료 방법
연극성 성격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정신분석적 입장의 경우, 연극성 성격장애가 오이디푸스 갈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인지적 입장에서는 “행복해지려면 타인의 관심과 애정이 매우 중요하다.”와 같은 독특한 신념과 사고방식으로 인해 발병했다고 본다. 또 다른 입장에 의하면 연극성 성격장애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와도 관련이 깊은데, 두 성격장애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통적 원인에 기인하며, 그 원인으로 인해 여성은 연극성 성격장애로, 남성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발현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극성 성격장애 관련 심리치료는 대인관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치료자와 안정된 관계 속에서 타인을 조정하려는 태도를 인식시키고 애정을 얻는 적절한 현실적인 방법을 습득시킨다. 단, 연극성 성격장애자는 치료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유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기에 동성의 치료자에게 의뢰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지치료에서는 모호한 사고방식을 구체적인 문제 중심적 사고로 바꾸기, 부적응적 사고를 지적하고 도전하기, 자기주장 훈련하기 등을 통해 치료한다.
지난 기사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참고문헌>
권석만. <현대 이상심리학(2판)>, 학지사, 2013
권석만. <현대 이상심리학(3판)>, 학지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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