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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채수민 ]




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그 사람이 때때로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이 단순하고 평온한 말들 속에서 아무 고통 없이 편히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삶에도 수많은 괴로움과 슬픔이 있습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그 말들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겁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마샤 리네한



위의 구절은 마샤 리네한 박사가 매년 졸업식마다 졸업생과 연구원들에게 액자에 끼워 선물하는 문장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거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DBT의 개발자로 유명한 마샤 리네한을 알 것이다. 그녀가 만든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는 자살 고위험군 환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살렸다. 


그런 그녀도 한때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 중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여러 차례의 자해와 제어되지 않는 돌발행동, 그녀 스스로를 좀먹는 불안하고 격렬한 감정 때문에 마샤 리네한은 2년 넘게 정신병원에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이 지옥에서 나를 구해낼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게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맹세했다. 


퇴원한 후 마샤 리네한은 심리학자가 되었다. 그녀의 병은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지만, 한편으로는 원동력이 되었다. DBT에는 그녀의 괴로움과 그것을 극복했던 그녀의 경험, 그리고 깨달음이 담겨있다. 결국 마샤 리네한은 지옥에서 벗어났고, 다른 사람까지 구해냄으로써 그녀의 맹세를 지켰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입원했던 병원을 다시 찾아갔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강연에서 자신의 맹세와 그에 얽힌 어두웠던 과거를 밝혔다. 마샤 리네한에게 심리학자이자 치료자로서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것은 약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도 자신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외상 후 성장



고통은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지만, 마샤 리네한의 경우처럼 성장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신적인 충격을 겪어 심적 외상이 생겼지만, 회복한 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라고 한다. 


외상 후 성장을 이루게 되면 보통 3가지 큰 변화가 일어난다. 첫 번째로, 관계가 강화된다. 고통을 겪던 시기에 곁에 있어 주던 친구, 가족 혹은 그 외에 자신을 지지해 주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 감정이 커지면 스스로를 구제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자신처럼 절망에 빠진 타인도 구하려고 한다.


두 번째 변화로는,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외상을 겪게 되면 자신을 비난하고 질책하거나 불신하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상을 극복하고 나면 자신의 한계와 취약점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세 번째는, 삶의 철학이 바뀐다. 외상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에 따라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갈 수도 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수도 있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고통과 슬픔은 우리를 꺾고 무너뜨리려고 한다. 때때로 그 감정에 잠식되면, 앞날은 희망도 없이 영원히 괴로움만 있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이것을 마샤 리네한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냈다. 


고통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그리고 우리가 겪은 것과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사람과 이어주고, 그들을 치유할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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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마샤 리네한. (2022).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로크미디어

Joseph, S., Murphy, D., & Regel, S. (2012). An affective–cognitive processing model of post‐traumatic growth. Clinical psychology & psycho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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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2 0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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