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어떻게 보면 뻔한 말 같지만 그만큼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감사하자는 우리의 다짐은 매번 바쁜 현실에 금세 잊히고 만다.
몇 번이고 생각하고 몇 십번이나 들어도 자꾸 까먹는 이야기이지만, 가끔은 또 이렇게 까먹었던 당연한 사실을 되새길 필요도 있는 법이다.
어느 우주비행사의 소원
베트남 출신의 평화 운동가이자 불교 지도자이신 틱낫한 스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한 우주비행사가 달에 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가 달에 있는 동안 우주선에 이상이 생겨 지구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지구에서 그를 구하러 올 가망도 없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단 이틀 동안의 산소가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생은 이제 단 이틀인 것입니다.
만약 그에게 ‘가장 큰 소원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는
“집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흙을 두 발로 밟는 것, 그리고 다시 한번 걸어보는 것.”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큰 회사의 사장이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에게는 단지 두 발로 땅을 밟아보는 것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달빛을 음미하며 걸을 수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렇게 달에서 죽을 뻔하다가 방금 구조된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에 있으니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별에서의 산책을 즐겨야만 합니다.
임제 선사는 이런 말을 전한다.
기적은 물이나 불 위를 걷는 것이 아니다.
기적은 이 땅을 밟고 걷는 것이다.
우리는 이 생을 사는 동안 끊임없이 이런 저런 목표를 쫓느라, 이런저런 두려움에 휩싸이느라 정작 이 아름다운 삶을 음미하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고 만다.
몸은 이 소중한 대지 위에서 소중한 공기를 들이쉬면서도 마음은 온 사방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눈이 오고 나서야 태양을 그리워하는 당신
passenger라는 가수의 ‘Let her go’라는 노래에는 이러한 가사가 나온다.
But you only need the light when it's burning low
당신은 불이 희미해질 때가 돼서야 밝은 빛을 원하죠
Only miss the sun when it starts to snow
눈이 오기 시작해서야 태양을 그리워하고요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그녀를 보내고 나서야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죠
Only know you've been high when you're feeling low
우울한 상태가 되어서야 내가 기분이 좋았다는 것을 깨닫겠죠
Only hate the road when you're missing home
집이 그리워질 때가 되어서야 길이 싫증 날거에요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그녀를 보내고 나서야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죠
참 우리의 삶에 완벽히 적용되는 노래다.
칠흑 같은 어둠이 덮치기 전에는 빛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지 못하고 혹한이 오기 전에는 따스한 햇살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병에 걸리기 전까지 내가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혼자가 되기 전까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모른다.
아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자꾸 잊어버리고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잃고 나서야 가장 중요하고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얼마나 간과하고 살았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 건강만 되찾으면, 헤어졌던 연인만 다시 돌아오면, 봄이 오면 그 누구보다 감사히 여기고 살겠노라고, 기도한다.
설사 되찾는다고 해도 또 금새 까먹고 말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 마시는 이 공기와 밟는 이 대지의 소중함을 또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의식적으로 우리에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자.
공기, 건강, 부모님, 친구, 태양, 물, 그 모든 것에 말이다.
나를 한순간이라도 살아있게 하는 그 모든 기적에 감사해 보자.
그저 이것만으로 내 삶은 온전히 충분하다고,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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