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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나연 ]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에는 한 개인의 자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주변인의 모습이 다양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중 아내의 자살로 인해 입원한 환자의 치료 장면“아내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첫 목격자였다.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끊임없이 그 장면이 떠올랐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몸을 휘감았다.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그날 아내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아다면 달라졌을가. 힘들어할 때 같이 엉엉 울어줬더라면. 죄책감은 일상이 됐다. 다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주변의 살아남아 있는 사람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의 드라마 속 인물의 이야기처럼 사망한 장소가 집이라면 유족들에게 집은 더 이상 따듯하고 안락한 곳이 아닌 트라우마의 공간이 된다. 

한 사람의 자살은 가까운 가족5.1명, 확대가족14.5명, 동료나 급우 20명, 친구 약 20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알려져있다(Berman,2011).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 사망자가 11만 2906명으로 하루에 35.4명이 삶을 포기하는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수없이 많은 자살 생존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s)는 배우자, 자녀, 부모,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들이 포함되며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른 대책 마련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자살생존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홍춘우, 2020). 이러한 자살생존자들의 경우 자신이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며 후회, 분노, 죄책감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홍인숙,2020). 또한 더 많은 소외감과 사회적인 낙인을 경험하기도 하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 

또한 자살생존자의 경우 충분한 애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자살과 관련하여 부정적으로 낙인되는 만큼 자살을 숨기고 장례를 서두르며 주변인에게 죽음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지도 않는다. 즉 애도의 기간이 충분하지 않으며 감정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홍춘우, 2020).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자살생존자의 자살률은 평균보다 22.5배 높으며 우울증 위험성은 18배 높다고한다. 그러나 죽음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기위해서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애도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리적인 갈등과 괴로움을 견디고 상실로 인해 발생한 자기 존재의 구멍을 메우는 심리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주인공 다은 역시 환자의 자살을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며 받아들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괜찮은 척하다가 해리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갖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기억의 전부를 일시적으로라도 의식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며 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진실이기에 차라리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정해버리는 경우이다. 



이처럼 고통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안정된 심리상태를 갖도록 돕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보호와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하며 집단토론과 사회활동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감, 불편감, 슬픔을 감소시키고 사회에 적응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내 정신건강 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에서 시행하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가 시행중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서비스는 애도 상담, 자조 모임을 진행하는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부채나 상속문제, 특수 청소 비용지원,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등 경제적인 분야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자살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근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자살을 직, 간접적으로 접하고 이로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집중하여 또 다른 비극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차원의 지원과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자살생존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변인이 되고자 하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잇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은 사람의 죽음 앞에서 태연하고 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실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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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경희, 이근무. (2023). 자살생존자 부모의 애도과정에 관한 질적 메타분석.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Vol.51(3). 105-131.

육성필. (2007). 자살생존자(서바이버)에 대한 치료적 접근.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293-300.

김소영. (2023.11.18). 비극이 또 다른 비극 낳지 않게…‘자살자 유족‘ 돕는 그들이 왔다.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1117/122237231/1

김금희. (2023.09.12). 우리는 자살 생존자로 남아있다.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912/121150866/1

나신하. (2021.03.14). [시사기획 창] 자살 생존자. 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138583&ref=A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남규, 오보현, 김다희. 이재규, 김남수. 넷플릭스. 12부작.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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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5 0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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