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
[The Psychology Times=백지혜 ]
어린 시절에 본인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억하는가? 일주일 전에 배운 영어 단어 전부를 기억하는가? 10년 전에 만났던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생일은 기억하는가? 갓 태어난 신생아 시절부터 현재까지 본인이 살아온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불리는 ‘망각’ 덕분이다. 기억과 추억을 동력 삼아 살아가는 인간에게 ‘망각’은 떨어뜨리려고 해도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이미 대부분의 사람은 ‘망각’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망각에 대해 가볍게 정의하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에, 난 오늘 우리가 자주 들어본 ‘망각’에 대해 설명한 연구, 이론들을 정확히 설명하고자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망각이란, 어떤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살아있는 생물의 두뇌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으로, 가장 지능이 높은 인간에게도 발생하는 현상이다. ‘망각 작용’에 의해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며 아예 머릿속에서 잊히기도 한다. 실제로 망각은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우리는 망각이 일어나는 과정과 원인, 결과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한다. 즉, 망각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안에서 조용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유독 망각과 관련된 연구가 정말 많이 시행되고 발전하도록 했는데, 대표적인 연구가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에빙하우스의 망각 연구’이다.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기억에 대해 인류 최초로 가장 엄격한 실험적 연구를 진행한 사람인데, 기억이 어떤 조건에서 획득되고 지속되는지, 어떤 과정으로 망각을 경험하는지를 주제로 대부분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유명한 연구 결과가 바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다. 에빙하우스가 살던 시대에는 제대로 된 학습 동기를 가진 피험자가 극히 일부였기에, 에빙하우스는 자기 자신을 피험자로서 망각 연구를 진행했다.
의미가 존재하는 단어나 문장이 기억에 더 잘 남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에빙하우스는, 의도적으로 의미 없는 단어를 조합하여 만들어내고 그 단어를 얼마나 외울 수 있는지, 외운 단어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외웠던 단어를 한 번 더 학습하게 되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지 등을 상세히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그는, 맨 처음 단어 목록을 학습했을 때는 기억 보유량이 100%에 이르지만, 이후 9시간 동안 급격하게 망각이 일어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망각이 천천히 진행된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단기기억
단기기억이란, 수초에서 수분 사이의 일시적인 정보의 보유를 담당하는 기억 체계이다. 즉 무언가를 학습했을 때, 아주 잠깐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을 단기기억이라 부른다. 1959년 피터슨은 단기기억에서의 망각 속도를 최초로 정립했다. 그들은 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알파벳 3개를 표적으로 제시한 후, 표적 알파벳을 암송하지 못하도록 숫자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 숫자에서 3씩 빼도록 하는 연산과제를 내주었다. 그 후 앞서 제시했던 알파벳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는 불빛 신호가 제시되면 피험자들은 앞서 표적으로 제시되었던 알파벳 3개를 이야기해야 했다. 해당 결과에서 알파벳 3개를 정확하게 다시 이야기할 확률이 18초 동안 급속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18초는 ‘파지 기간’이라고도 불리는데, 파지는 정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기억 속에 유지하고 있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단기 기억에서 망각 속도가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언어 정보 즉, 알파벳을 장기 기억에 보존하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는 암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사례를 일상생활에서 찾아보자면, 처음 들어보는 전화번호를 듣고 다른 업무를 처리한 후 다시 그 전화번호를 상기하고자 했을 때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볼 수 있다.
긍정적 정보 vs 부정적인 정보, 어떤 정보를 더 잘 기억할까?
그렇다면 어떠한 정보에 대해 반복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망각해 버리는 인간에게 있어서, 부정적인 정보와 긍정적인 정보가 동일한 회수로 제시된다면 인간은 어떤 정보를 더 잘 기억할까? 답은 바로 부정적인 정보이다. 부정적인 정보의 영향력은 ‘부정성 효과’와 ‘인상 형성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상 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에 비해 부정적인 정보를 더 두드러지게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욱 가중치를 두고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부정성 효과 또한 발생한다. 부정성 효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득보다 손실을 더욱 크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고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자세히, 면밀히 살펴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정보는 긍정적인 정보에 비해 인간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정보와 동일한 횟수로 노출되어도 긍정적 정보에 비해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부정적 정보에 비해 긍정적 정보를 더 잘 망각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지난 기사
어쩌면 우리는 모두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_ 강시은. 박지혜 (2013.08). 감정적 망각에 대한 부정성 효과. 글로벌 경영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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