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한국의 많은 학생은 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랜 시간 앉아 공부한다. 하교한 뒤 잠깐 끼니를 챙기고 나면 다시 공부는 시작되고 밤늦게까지 학원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전염되는 ‘불안’
심리학에서는 공포와 불안을 다르게 설명한다. 공포는 두려운 대상이 명확한 반면, 불안은 특정한 대상 없이 두려워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높은 기대를 품고 사회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만큼은 공부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녀 문제로 고민이 많은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불안감은 쉽게 다른 엄마들에게로 그리고 나에게도 전염된다. 아이가 한글은 어느 정도 떼고 있는지, 사립 유치원이나 영어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 묻고 보내고야 말 것이라는 엄마들의 의지를 들을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동아일보는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1만 1,000명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628명(6%)은 “자녀를 취학 전 영어유치원에 보냈다”고 하고, 이유에는 ‘일찍 배워두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510명), ‘선행학습 차원에서’(142명),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116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기사에는 ‘사교육의 종착지가 의대라면, 출발지는 영유’라는 말이 나오는데, 부모의 불안감이 사교육의 팽창을 불러오는 주된 원인임을 예측할 수 있다.
사교육의 딜레마
앞선 상황에서의 사교육 문제는 사회심리학에서 제안하는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중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범죄를 일으켰다는 의심을 받는 두 명의 용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두 용의자는 분리된 공간에서 심문받고, 심문자는 두 사람이 모두 자백하면 징역 5년 형, 당신이 부인하고 친구가 자백한다면 혼자 10년 형, 당신과 친구가 모두 부인한다면 2년 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장 좋은 결과는 자신과 친구가 모두 부인하여 2년 형을 받는 것이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부인하더라도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10년 형을 받게 되고, 자신이 자백하고 친구가 부인할 때는 석방되거나 친구가 자백할 때 5년 형을 받을 수 있기에 그렇다.
사교육의 딜레마에서는 먼저 경제적 능력, 자녀의 학업적 성취도도 비슷한 A, B 학부모가 있다고 가정한다. 최선의 결과는 두 학부모가 동시에 아이를 사교육 시장에 보내지 않는 것이다. 두 학부모가 자녀를 모두 학원에 보낸다면 그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 학부모만 학원에 보낸다고 생각해 볼 경우 학원에 간 아이만이 입시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학부모는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유지하며 나타나는 균형 상태를 ‘내시 균형’이라 한다.
사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은 나부터 기존의 생각이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보면서 그것이 너에게로 전해져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사교육을 했던 경험, 멘토링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든 생각과 느낌들, 부모님께 받고 때로는 함께 영향을 주고받았던 모든 교육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면서 지나친 사교육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어 아이의 초기 성장에 중요한 시기인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과정 중 3년 정도는 부모의 근로 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한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시대이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정책 시행 시 발생 가능한 회사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 대체 인력 마련 지원 등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에서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내면화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장려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문화의 확산, 공부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어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자녀에 대한 부모님의 신뢰와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함은 유지하면서도 자녀에 대한 믿음과 충분한 기다림,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것, 공부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 바쁜 일상에서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놀아보는 것 등이 있다. 아이를 가진, 가지고 싶은 부부에게는 지자체에서 가까운 선배 부모가 참여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아이를 키울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알고 덜어줄 수 있다. 부모 교육은 먼저 부모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이를 통해 어떤 교육관으로 아이를 대하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을 마련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으로서는 인생의 목적을 다시 정립하고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물질적인 가치에 더해 다른 내적, 관계적 가치를 고려하고, 우리 각자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어려워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차분히 생각해 보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정립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간다면 좋겠다.
누군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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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동아일보(2023.07.06.). 영어유치원 가려고… ‘4세 고시’ 내몰린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706/120099629/1
정태연 외 10인. 사회심리학.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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