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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유진 ]




이름만 들어도 소름, 기피대상 팀플


대학생들에게 숙제나 과제를 할 때에 가장 난감한 지점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다양한 후보가 나오게 될 것이다. 수행 난이도가 어려운 경우, 시간이 너무 들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경우, 글 작성이 유독 어려운 사람이라면 레포트 과제가 가장 싫을 것이고 발표만 시작하면 손에서 땀이 나고 몸이 덜덜 떨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 스트레스 요인은 아마 '팀플'일 것이다. 조별 모임을 통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교육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방안이지만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는 43%의 설문자가 대학에서 팀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하였으며, 수강 신청 시에도 무려 63%의 설문자가 팀 과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고 답변하는 등 조별 과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드러냈다.


팀 과제가 개인 과제에 비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다른 개인들과 모여서 협의를 통해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과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책임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지만, 팀 과제는 그렇지 않다. 결국은 공헌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서로 얼마나 과제에 더 많이 기여했는지를 재게 될 수밖에 없다. 조별 과제에서 제대로 임하지 않는 팀원의 이름을 빼 버리고 싶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기본적으로 팀 과제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여러 명이서 협동을 통해 이루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 아니던가? 왜 우리는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이렇게 많은 문제에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 



모여도 힘 안 난다, 사회적 태만


개미가 천 마리 모이면 맷돌도 든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미가 천 마리 모인다고 해서 맷돌이 들린다는 보장은 없다. 게으름을 피우는 개미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타인을 신경 쓰고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인간의 본능이지만, 반대로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자신의 책임이 줄어들어 '나 하나 쯤은 빠져도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사회적 태만이라고 부른다. 의외로 사회적 태만은 개인의 어떤 악의나 천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평소에 성실했던 사람이라도 여러 명이 있는 수업에서 강사가 다 함께 크게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하면 입만 뻥긋거릴 수도 있다. 


사회적 태만을 가장 먼저 증명한 것은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으로, 그는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서 사회적 태만의 발생 기전을 발견했다. 그는 만약 한 사람이 줄다리기를 할 때 낼 수 있는 힘을 100이라고 수치화한다면, 한 팀에 두 명이 들어간다면 200, 세 명이면 300, 여덟 명이면 800에 가까운 힘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한 결과 한 팀에 세 명이 들어갔을 때부터 개개인이 내는 힘은 크게 줄기 시작했으며, 그 힘은 세 명에서는 85%, 여덟 명일 때에는 64%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안의 개인은 태만해져 노력을 덜 하게 되고, 결국 집단의 성과 또한 그들이 개개인으로 존재할 때보다 떨어지게 된 것이다. 집단 속에서 일할 때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길에 쓰러진 사람보다 번화가에서 쓰러진 사람에 대한 초동 대처가 더 늦어지는 것 또한 이런 사회적 태만 때문이다. 나 대신 누군가가 해 줄 것이라는 방만한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팀플, 지긋지긋해도 해야만 한다면


그렇다면 사회적 태만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특정 역할을 '지목'하는 것만으로도 집단 안에서의 익명성이 흐려지고, 태만함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들의 리더는 각각의 구성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부분을 알려 주어야 한다. 칭찬은 가장 쉽게 성취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중 하나다. 해낸 일에 대해서 적절한 피드백을 받게 되면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 게으름 또한 천천히 물러나게 된다. 물론, 조별 과제는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진행하는 일이므로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태만을 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동반된다면 언젠가는 '천상의 조합'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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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2015). 대학생 팀 프로젝트 수행에서 나타나는 갈등 관리와 인식에 대한 연구. 인문과학연구, 47, 595-612.

고종식, 강경목. (2018). 사회적 태만에 대한 조직 갈등의 영향력, 감성지능 및 문화적 성향과의 구조적 관계. 산업경제연구, 31(2), 475-496, 10.22558/jieb.2018.04.31.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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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5 0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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