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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채수민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제공

지난 11월 넷플릭스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라는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냈다. 드라마에서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최전방에 있는 의료인들,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생활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정다은 간호사는 근무 첫날부터 환자에게 뺨을 맞는다. 드라마의 배경이 주로 정신병동에서도 중증 환자들이 입원한 보호 병동이기 때문에 액팅아웃(Acting Out. 자기 자신이 인식하거나 혹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갈등을 표현하는 것.)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극 중 보호사와 간호사는 액팅아웃을 하는 환자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환자가 던진 물병에 이마를 맞아 살이 찢어지거나 환자가 자·타해 위협용으로 들고 있던 가위에 손목이 베이기도 한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큰돈을 잃고 자살 시도를 하다 응급입원을 한 환자는 주인공이 자기 돈을 훔쳐 갔다는 망상을 가지게 된다. 그 때문에 주인공에게 소리치고, 병동 벽에 주인공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을 써놓고, 나중에는 간호사 탈의실에 몰래 들어가 주인공의 사물함을 뒤진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인과 관련 종사자들은 환자에게 상처받아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환자의 말과 행동이 정신장애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번아웃이 오는 의료인과 관련 종사자들이 많다. 현재 환자의 폭력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보호장치는 안타깝게도 없다.





드라마의 7번째 에피소드인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남겨졌다.’ 에서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망상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는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였으나 결국 자살하고 만다. 7화 초반부에는 망상장애를 앓다 자살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병원을 찾아와, 입원 당시의 담당 의사를 원망하는 장면이 있다. 담당의는 유가족의 원망을 묵묵히 받아낸다. 드라마에서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환자의 자살 이후, 담당 간호사로서 죄책감을 느끼다가 심한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보호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자살은 5명~10명의 주변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의사, 간호사, 보호사 등 환자를 돕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 그들은 환자의 자살에 대해 자책하고, 후회감을 느낄 수도 있다. 


김지용 정신과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의사 중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의사는 바로 정신과 의사라고 한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감정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정에는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도 환자의 감정을 옮는다고 한다. 검사를 통해 환자의 병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다른 과와 다르게, 정신과는 의사 자신이 진단 도구가 되어야 해서 책임감과 압박감을 더 느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뉴스에서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하는 의료인들의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치료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모순되게도 자신의 병을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의사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평가와 치료, 사례 관리를 맡고 있는 제라다 박사는 의사의 정신 질환에 관해 기밀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항의받게 되면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황태연 정신건강사업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인의 정신질환을 ‘전문가로서 장애물’이라고 보고, 환자에게 소송당하는 것을 걱정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도 담당 환자의 자살로 인해 보호 병동에서 치료받다가 퇴원한 후 다시 간호사로서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환자의 가족들이 반대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정신질환은 나약하고 모자라서 겪는 것이 아니다. 치료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고 지칠 수 있다. 타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치료자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모질게 대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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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오은정. (2022). 정신병동간호사와 응급실간호사의 폭력경험, 감정노동과 긍정심리자본이 직무소진에 미치는 영향.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영국: 의사도 ‘정신 질환’ 겪지만 아파도 치료 어려워 [BBC NEWS 코리아]. (2018. 09.08) https://www.bbc.com/korean/news-45395230

벼랑 끝에 선 ‘의사들의 정신 건강’ 일반인 비해 우울증, 자살율 높아…국내 통계, 연구 全無 [한국 의약통신]. 2016.09.01 https://www.km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77

정신과 의사가 느끼는 자책감의 무게…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환자를 대하는 법 [YouTube]. (2022.12.27) https://www.youtube.com/watch?v=ETv-BbWor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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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05 00: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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