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진
[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확히 뭔데?
유튜브에 접속하거나 앱을 키면 내가 좋아할 만한 주제의 영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상을 다 보면 새로운 영상을 추천해주고,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영상들을 더 추천해준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미디어 알고리즘이 개인과 미디어 데이터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정보를 필터링하고 서열화하여 우리의 눈에 잘 띄게끔 자동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이런 알고리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유튜브는 그 중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을 사용하리라 추정된다. 협업 필터링은 이용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호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대규모 사용자 행동 정보를 분석해 비슷한 성향의 사용자들이 기존에 좋아했던 항목을 추천해준다. 유튜브는 이를 사용해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그 사람이 관심 있을 가능성이 큰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사용자가 시청한 콘텐츠를 분석해 해당 콘텐츠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수많은 뉴미디어는 각각의 방식으로 수많은 미디어 데이터 중 일부를 우선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미디어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겉으로 보기엔 장점만 갖춘 듯 보이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데이터는 개인과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도식과 확증편향
도식이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사물, 사람 및 사건들에 관련된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조직화한 지식 구조다. 우리는 다양한 곳에 이 도식을 사용해 정보 탐색의 시간을 단축하고, 에너지를 아낀다. 그러나 도식은 현실을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도식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왜곡해서 지각하며 때로는 판단상의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도식이 현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도 그 도식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을 지닌다.
확증편향은 가설의 진위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이나 자신이 선호하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무의식적인 인지과정이다. 복잡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가진 인지적 도식을 적용해서 인식하는 일이 효율적이어서 만들어진 도식의 한 종류다. 독일 심리학자 기거렌저는 "인간은 인지적 편향을 활용하고 방편적으로 대응하는 쪽이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즉, 문제 자체가 불분명하고 변동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강건하게 대처하며 살기 위해서는 항상 최적의 논리적 판단을 내리려 애쓰는 쪽보다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갈등의 심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런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필터 버블이란 알고리즘이 필터링한 하나의 관점에 이용자가 갇히는 현 상이다. ‘걸러진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더 강화해 확증 편향을 확산시킨다. 결국 이념, 세대,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이 심각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유튜브는 불통과 단 절을 심화시킨다. 실제로 OECD 가입 30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종합해 갈등 지수를 산출 한 결과 한국은 세 번째로 높았다.
필터 버블 현상을 처음 제기한 프레이저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정보의 극단적인 개별화’ 현상을 야기할 것으 로 진단했다. 즉, 초기에 인터넷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기대됐던 ‘투명한 정보 접근에 의한 사회 구성원 연결’, ‘민주적인 정보 공유’ 등의 모습들이 점차 개인의 관심사에 특정된 개별적인 뉴스 소비로 변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필터 버블의 3가지 주요 현상을 지적했는데, 그 중 ‘외톨이 현상’이란 개별적인 뉴스 소비가 사 회 구성원 간의 경험 공유보다는 구성원 간의 단절을 야기하는 현상이다.
이런 외톨이 현상이 눈에 가장 잘 띄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정치’이다. 처음엔 궁금해서 찾아본 몇 개의 뉴스 영상들이었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인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는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된다. 결국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이다. 그렇게 알고리즘에 갇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내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영상 속 댓글은 형성된 내집단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 내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소통 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 ‘틀린 사람’이 된다. 본인이 본 것, 들은 것, 나의 의견은 다 맞고 상대방의 의견은 모두 틀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란 모든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앞서 말했듯 매일 수천, 수만 개씩 올라오는 콘텐츠 중 해로운 것을 걸러내고 이로운 것만 추천해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갖춰져야 개개인이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서비스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 및 교류할 수 있다.
지난 기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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