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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카지노 슬롯머신, 모바일 가챠 게임 - 통제의 환상을 통해 도박중독자를 만드는 방법
  • 기사등록 2024-01-16 14: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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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유진 ]




현대판 도박!


'도박'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대개 엇비슷하다. 화려한 방 안의 멋들어진 테이블, 늘어선 화투패나 포커 카드 같은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영미권의 드라마나 일본 문물에 익숙하다면 번쩍거리면서 눈을 현혹시키는 슬롯 머신, 이른바 카지노나 파칭코에서 흔히 볼 법한 광경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반짝거리는 세상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현대인들이라면 코웃음을 칠 정도로 귀에 박히게 들었을 것이다. 도박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은 우리가 일반적인 일상생활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으며, 한 번 중독되면 마치 마약처럼 더 큰 자극만을 외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도 주변에 혹시 도박 중독자가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되돌아 보자.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아마 '반드시' 당신의 주변에는 새로운 형태의 도박중독자가 존재할 것이다.


사설 토토라는 이름을 지닌 사행성 게임이나 수십 배의 판돈을 걸 수 있는 선물 혹은 레버리지 거래가 도박의 일종이라는 것은 이제 유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보다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이 청년은 물론 현대 사회 전체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휴대폰을 켠 뒤에 어플리케이션 마켓에 접속해서, 아무 '모바일 가챠 게임'을 다운받으면 된다. 이들은 대개 플레이하는 사람을 놀라울 만큼 계획적으로, 그리고 과학적 원리에 기초하여 가챠라는 이름의 간단한 도박에 중독시키기 때문이다.



'못 먹어도 고'하게 만드는 통제의 환상


여기에 두 개의 슬롯머신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개의 슬롯머신은 너무 자동화된 나머지, 돈만 낸다면 곧장 계기판이 돌아간다. 당신은 결과만 알고 돌아가면 된다. 나머지 하나의 슬롯머신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같이 버튼과 레버가 포함되어 있다. 레버를 당겨 운을 확인하는 절차 또한 당신의 것이다. 당신은 어떤 기계를 플레이할 것인가? 대부분은 후자를 고를 것이고, 실제로 게임을 한 판 더 하게 될 확률은 후자의 기계를 이용한 사람이 더 클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앨런 랭어는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현상에 '통제의 환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은 똑같은 도박에서도 자신의 주체적인 행동이 포함되었을 경우에 더 큰 환상을 가진다는 것이다. 랭어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직접 자신의 복권을 고르게 하고, B그룹에게는 무작위로 아무 복권이나 나누어 주었다. 그 뒤에 사람들에게 아직 확인하지 않은 복권을 판매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A그룹의 실험자들은 복권을 파는 것에 훨씬 소극적이었으며, 판다고 답한 사람들 또한 B그룹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들은 복권을 직접 고르는 과정에서 이미 '복권의 당첨 확률'이라는 변수를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손에 쥔 복권의 가치를 높게 판단한 것이다. 카지노의 레버, 주사위와 카드는 모두 손님에게 이런 통제의 환상을 주기 위한 장치다.



가챠 게임과 슬롯머신의 공통점


모바일 게임의 가챠 UX는 확률적으로 지급하는 재화를 사람들이 더 사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게임들은 점차 슬롯머신의 '레버'를 흉내내게 되었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게임에서는 뽑기를 진행할 때 유저에게 화면을 당기고, 쏘는 등의 조작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게임에 적용되어, 동일 회사의 '세븐나이츠'에서는 직접 카드를 뒤집는 형태, 아이스노게임즈의 '무기미도'에서는 커서를 움직여 각각의 스폿 위치를 확인하는 형태가 되는 등 다채롭게 변화하였다. 사실상 모든 확률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정해 주는 것이지만 우리는 무심결에 그러한 행동을 통해서 '내가 뽑았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모바일 게임 가챠가 사람들에게 통제의 환상을 심어 주는 방법이다.


모바일 가챠 게임은 미션과 도전 과제, 출석 보상 등을 통해 유저의 통제의 환상을 더욱 강화하며 각종 끼워 팔기 전략을 통해 더 많은 결제를 유도한다. 현금 단위 대신 다이아, 루비, 골드 등 가상화폐단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지출에 대한 감각도 둔해진다. 간편해진 모바일 결제는 이제 몇십 만원을 사용하는 데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도록 발전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토토나 슬롯머신 따위를 멀리하면서, 오히려 그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도박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당신의 게임 지출 상황은 어떠한가?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 가챠 게임을 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힘든 일상생활에서 휴대폰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일상생활에 대한 원동력을 제공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 중국에서 시행을 예고한 모바일 가챠 게임 규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만약 가챠 게임에 너무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거나, 그런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이런 '잘 만들어진 판'에서 한번 빠져 나와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자제력 부족이나 나쁜 소비 형태 이전에, 당신이 빠져들도록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 바로 가챠 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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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이재진. (2018). 온라인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방송통신연구,, 12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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