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은
[The Psychology Times=김시은 ]
더운 여름엔 방학과 휴가를 활용한 여행의 열기 또한 뜨거운데요. 여행 업계에서는 연말을 위해 직장인 절반이 연차를 아낀다는 설문을 근거로 연말, 연초가 여름 못지않은 성수기라고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에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텐트 밖은 유럽, 꽃보다 할배/청춘/누나, 택배는 몽골몽골 등 여행을 컨셉으로 한 기획이 너무 많아 레드오션에 빠졌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행 예능은 실제로 가지 못하는 방구석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과 해방감을 주고 해당 지역만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행으로 느끼는 소중함 - 지금, 이순간
필자는 최근 10박 11일 제주도 여행을 다니며 김영하 작가의 책<여행의 이유>를 읽었습니다. 작가는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합니다.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간다는 설렘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좀 전의 현재는 금세 과거가 되고 그렇기에 다가오지 않은 미래 지점도 어딘가 애매합니다. 현재는 그렇게 계속 흘러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현재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아쉬워하고 한 치 앞을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여행은 괜히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면서 그만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도록 합니다. 그렇기에 생생하게 경험하는 여행의 순간은 더욱 빛나고, 현실에서 벗어나 현재에 머무를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는 여행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낯선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기도 하고 작은 친절에 큰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유명한 관광명소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오래된 건축물과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으로 자칫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여행의 기억으로 그러한 일상을 살아내기도 합니다. 여행은 일상의 환기가 되어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은 많이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인원과 시간제한이 있었으며 외출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꺼려지기도 하였습니다. 바이러스 전파 위험에서 벗어난 엔데믹 이후 여행에 대한 수요가 특히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여행의 매력
처음 전자책이 개발되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책을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읽습니다.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 것은 휴대성과 편의성, 비용 측면에서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종이책만의 질감과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휴식, 힐링, 워라밸과 같은 단어처럼 요즘은 그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쉼이 강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이 특정 플랫폼을 통해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간접경험을 통한 대리만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 수요가 위축되진 않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혼자든 여럿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보고 느끼길 원합니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사계절의 매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다양한 도시들과 드넓고 다양한 외국의 도시들을 마음껏 여행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좋지만 새로움을 접하고 자유를 느껴보겠다는 소박한 목표도 좋습니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여행이라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거예요. 여러분이 선택하는 모든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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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규렬, 박은경. 2023. 유튜브 여행콘텐츠 시청에 대한 탐색적 연구: 이용자의 시청 이유 및 다른 주제 콘텐츠와의 차이점을 중심으로.한국비즈니스이벤트컨벤션학회. 51권. p.41-60
서병주. 2023.“모아둔 연차 쓰자”···연말연시 여행심리 공략 나선 유통업계. “모아둔 연차 쓰자”···연말연시 여행심리 공략 나선 유통업계 - 아시아투데이 (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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