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나는 6개월째 영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교관학생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녔는데, 모든 여행길을 홀로 걸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혼자 여행한 적이 없었는데, 여러나라를 혼자 들아다니며 너무 행복했다.
누군가와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 주변의 새로운 경관들을 온전히 알아차릴 수 있었고, 완전한 경험이 가능했다.
또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여행 일정을 바꾸며 여유롭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흠뻑 그 나라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했던 지난 6개월동안, 타인과의 대화의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내 마음에서 무슨 소리와 감정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엄마와 이모가 놀러와 함께 오랜기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혼자 여행으로 고요한 마음을 유지했던 나에게 이런저런 이유들로 감정의 파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음에 관련된 공부, 심리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좋아졌다고, 이제는 평화와 행복에 도달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돌보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순간 현재에 집중하며 과거에 대한 고통이나 미래에 대한 근심을 갖지 않고 새로운 감정이 찾아왔을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고 믿었다. 찾아온 그 감정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포용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감정을 잘 다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과 평화는 온데 간데 없고 일어나는 감정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 채 감정과 내가 완전히 동일시되어 짜증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또 괜찮기도 하고, 또 힘들기도 해서 혼자 호텔 밖에 나가 펑펑 울기도 했다.
사소한 일들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날뛰었고 그 기분을 표출하지 못하니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웃음도 잘 나오지 않았다.
도중에 이렇게 내 마음이 요동치는데, 한 두번 내 감정과 분리되어 마음을 바라볼까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였으나 이 감정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책임이 아니라 외부 상황과 주변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아주 정당한 것과 같이 느껴졌다. 바깥의 상황이,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이 이 감정의 원인인 것처럼 느껴졌으며 나는 마땅히 내가 느껴야 할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감정과 내가 완전히 합체되어 동일시되어있었으나, 며칠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내가 내 마음의 장난을 또 간과하고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 수행의 실천에 대한 여러 책을 집필하시고 전 세계 곳곳에 '플럼빌리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의 고통을 들어다보고 현재에 깨어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일 틱낫한 스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김정은 외부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내가 화가 나는 이유가 상대방이 내 화를 돋구었기 때문이고, 내가 슬픈 이유가 상대방이 나를 슬프게 해서라고 믿지만, 사실 그건 상대방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욕지거리를 해대도 내 마음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상황이 주는 모든 부정적은 에너지와 감정을 모두 가져와 그대로 내가 껴안고 낑낑댈 필요가 없다.
바깥 상황은, 그저 그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두고, 나는 굳이 그 상황을 다시 곱씹고 또 곱씹으며 두번째 화살, 세번째 화살을 연달아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며칠이 지나서야 내가 또 외부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해 마음을 고통의 수렁에 밀어넣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감정들에 더불어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억울하고 분하고 또 짜증이 나서 그야말로 내 속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며칠 동안 너무 감정에 빠져서 사는 바람에 마음의 병이 생기려고 할 판이었다.
나는 이제는 내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방심했지만, 그새 또 마음의 장난에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그러므로 마음이 힘들고 지친자들, 그리고 마음 공부에 관심있는 이들이여. 멈추지 말자.
하루에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생각과 감정을 쉬게 한다면, 다음 번에 또 이렇게 거센 감정의 파도가 덮칠 때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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