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영
[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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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격언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권리 행사의 태만’이라고도 하여,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효제도
우리 법에는 ‘시효’(時效)’제도가 있다. 시효는 일정한 사실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것으로, 그 사실 상태가 진정한 권리관계와 합치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법률상 사실 상태에 대응하는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즉 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권리행사를 태만한 사람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효 제도는 민법상 ‘소멸시효’와 ‘취득시효’가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 자체를 소멸시키는 제도이고, 취득시효는 오랫동안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사람에게 그 물건에 관한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시효 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증거가 소실될 가능성이 많고, 시효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태만한 자에 대한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효 제도는 권리 종류에 따라 그 기간이 다르다. 채권의 경우 민법 제162조와 제165조를 따라 소멸시효의 기간이 10년이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1일에 돈을 빌려주면서 한 달 뒤에 갚기로 약속했다면 시효는 2024년 1월 1일부터 진행되어 그로부터 10년 뒤인 2034년 1월 1일까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만약 그때까지 권리행사를 하지 않고 빌려준 돈을 받지 않았다면 그 채권은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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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시로 부동산의 점유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0년 넘게 다른 사람의 토지에서 농사를 지은 A 씨가 있다고 할 때, 실제 땅의 주인은 B씨이지만, 가진 땅이 워낙 많아 A 씨가 일구고 있는 토지가 자신의 소유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민법 제245조의 점유취득시효로 인해 사실관계를 그대로 권리관계로 인정하게 된다. 즉, 토지의 주인은 A 씨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민법에서는 시효 제도를 통해 오랫동안 행사하지 않은 권리자의 권리를 소멸시키기도 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권리자가 아니었던 사람에게 권리를 주기도 한다.
권리행사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은 법률상 시효 제도와 관련되어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표권의 경우 만 18세 이상의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투표권을 기간 내에 행사하지 않을 경우, 끝나버린 선거에서 나의 표를 반영할 방법이 없다. 투표권은 ‘다음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또는 다수결 특성상 본인의 의견이 완전히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물권의 시효보다 권리 소멸의 체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매체와 교육기관에서 이야기하듯 내가 가진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권리를 가지게 된다. 경제활동,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가지게 되는 권리가 많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권리는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항상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기사
[참고문헌]
김현수,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넥스트 이코노미, 넥스트미디어, 2016
정영민,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뉴제주일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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