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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백지혜 ]


심리부검.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도,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단어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혹시 가까운 인물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가? 그 원인이 사고나 병이 아닌 가까운 사람의 선택이었던 적이 있는가? 사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또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학문이 ‘심리학’임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정신질환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이 정신질환에 서서히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정신질환이 주목받으며 자살, 자살 유가족, 자살을 정확히 칭하는 방법 등 자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매체에서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내가 다뤄볼 ‘심리부검’이라는 용어도 앞서 설명한 배경들 사이에서 발전한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심리부검이란?


심리부검이란, 쉽게 말해 자살한 사망자가 결과적으로 자살하기까지 갖게 된 심리적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이라 설명할 수 있다. 심리부검에서는 자살자가 생전 남긴 글이나 해왔던 행동, 행적 등을 파악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자살자의 생전 모습을 묻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곤 한다. 사망한 사람들이 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몸을 해부하여 알아내는 ‘부검’과는 다르다. 심리부검 제도는 1980년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로 골머리를 앓던 핀란드가 처음 실시했다. 실제로 핀란드는 1986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자살 방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심리적 부검을 도입해 인구 10만 명당 30.3명이던 자살률을 심리부검 제도 시행 23년 만인 2012년에 17.3명으로 절반 가까이 낮추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은 심리부검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망하였더라도, 신체적 부검과 심리 부검 모두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과 영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1월 부산시가 최초로 자살 예방을 위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수사 초기부터 심리부검 모델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자살 경향은 사회적 원인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이 자신의 저서인 자살론에서 실제로 서술한 문장이다. 그는 자살론에서 자살 원인을 사회적 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에 따라 자살의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했는데,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하였다.

 

이기적 자살은 개개인이 사회적 유대감과의 결속력이 약화하여 과도한 극단적 개인주의를 보일 경우에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그는 프랑스 내 자살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통계분석을 사용하여 가톨릭 신자보다 개신교 신자가, 기혼자보다 미혼자가 자살률이 높고, 전시보다는 오히려 경제 위기처럼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책임감이 지나쳐 사회적 집단화를 과도하게 보이는 개개인이 사회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뒤르켐은 일본의 아마타종 신도들이 자신을 신에게 바치기 위해 자살을 하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이타적 자살은 목적은 있지만 삶 외부에 그 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노미적 자살은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변화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자살의 유형이다. 아노미적 자살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1990년대 후반 IMF 사태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고 경제적인 혼란과 어려움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면서 많은 사람이 자살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심리학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더 이상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잘못된 용어로 부르지 않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가 자살을 칭하는 잘못된 단어임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사회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본인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참 좋다. 심리부검은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메디폼’ 같은 존재이다. 현재 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심리부검은 더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또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이다. 상처가 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탐색하는 것. 그것이 심리학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자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대 사회가 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심리부검으로써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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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_ 이미정. (2017.12). 심리부검의 쟁점 및 개선방안 : 현행 심리부검 절차 및 방법론을 중심으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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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9 01: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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