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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요즘 물가가 오르면서 평소 사용하던 제품을 늘 사던 가격에 샀는데 이전보다 양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왜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제품의 양을 줄이는 걸까?




감각과 소비자 심리학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인간에겐 미각, 촉각, 시각, 청각, 후각 총 5가지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있다. 우리는 이 기관, 즉 눈, 코, 입, 귀, 피부 등을 통해 감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정보를 받아들여도 주의해서 지각하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에 그 정보는 사라진다. 여기서 '지각'이란 의식화된 감각 경험으로, 감각 정보를 의미 있는 형태로 처리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감각을 느끼는 것과 관련하여 '절대 식역'과 '차이 식역'이라는 것이 있다. 절대 식역이란 감각 기관별로 환경 자극을 지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다. 의식적으로 자극의 존재를 50%정도 감지할 수 있는 크기의 자극인데, 자극의 크기가 절대 식역에 도달하지 못하면 감각 기관은 반응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각의 절대 식역은 8리터의 물에 들어 있는 설탕 한 숟갈의 맛이다. 만약 이 기준보다 물이 더 많거나, 설탕이 덜 섞여 있다면 우리는 설탕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차이 식역이란 두 자극 간의 차이나 변화를 탐지하는 감각 체계의 능력이다. 판매자들은 바로 이것을 이용한다. 차이 식역 내에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을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민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중량과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즉 지각이 일어나는 한계 수준 이하의 자극을 '역하 지각'이라고 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각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앞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정보는 곧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의'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우리의 뇌는 모든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주의다. 정보 처리를 위해 특정 자극에 각기 다른 양의 정신적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다. 주의는 여러 정보 중 우선순위를 두게 하고, 선택적으로 한 가지 자극에 주의가 집중되면 나머지 자극은 차단된다. 또한, 인지 능력의 한계로 두 가지 일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선택한 자극에 대해서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본인이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던 주제나 물건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자발적 주의가 있는 반면, 예상치 못한 자극에 놀라거나, 위협을 받는다거나, 신기한 것에 노출되는 등의 경우엔 비자발적 주의가 활성화된다.




소비자 심리학과 관련된 지각 심리학


'게슈탈트'라는 단어를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부분들의 합 보다 조직화된 전체가 더 크다.'라는 원리를 가진 게슈탈트 심리학은 자극 일부분의 지각만으로는 자극이 주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자극물을 하나의 조직된 덩어리라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단독으로 지각되지 않고, 게슈탈트 원리에 따라 분류되고 조직화 되는 자극도 존재한다.


'폐쇄성 효과'와 '자이가르닉 효과'는 게슈탈트 심리학과 관련된 심리효과다. 폐쇄성 효과란 불완전한 자극을 보면 긴장이 일어나는데, 이 긴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불완전한 자극을 완전하게 만들려고 하는 현상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완전한 그림이 아님에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삼각형을 지각하게 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폐쇄성 효과와 반대되는데, 불완전한 자극이 제시되면 완전한 형태로 지각하기 위해 더 집중하게 돼서 정보처리가 잘 되는 현상이다. 불완전한 것에 흥미를 느껴 완전하게 채워 넣는 자동적 지각 과정을 통해 해당 자극에 더 주목하는 것이다. 끝마치지 못한 말이나 일이 자꾸 생각나고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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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은아, 「온오프라인 통합 시대 소비자 행동의 심리」, 에이스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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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23 00: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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