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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황선미 ]


영화 <쇼생크 탈출> (출처: 왓챠)


내리는 빗줄기가 반가운 듯 두 팔을 벌리고 포효하는 사람의 모습. 영화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처럼 인간의 자율성을 시원히 표현한 이미지도 드물 것이다. 에릭 에릭슨은 인간으로 태어나 두 번째로 획득해야 하는 능력을 ‘자율성’으로 보았다. 자율성을 발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이뤄내지 못했을 때의 인간은 자기 존재를 수치스러워하고 의심하게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춥고 세찬 빗줄기일지라도 제 몸으로 맞아 내어야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포스터 이미지의 암묵적메시지를 받으며 과연 사람에게 자율성이 있다는 건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자. 

 

 


1. 자율적인 사람은 자기가 경험할 자극을 스스로 선택한다. 


 

자율이 들어간 단어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고등학생 시절 지겹게 했던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이다.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머무르며 했던 입시 공부의 주체가 정말 ‘나’였을까? 과연 이 과정을 버틴 졸업생들에게 독립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겼는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절대적으로 자율적이었던 부분은 <음악선곡>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 개인 음향 기기를 가지고 다녔다. 워크맨에서 CP플레이어로, MP3플레이어로, 스마트폰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계는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폰으로 들어오는 음악의 선곡, 소리의 크기, 언제 끊고 언제 이어 듣는다는 결정은 모두 학생들의 선택이었다. 교육자의 마음이었을까, 선생님들도 야자 시간 학생이 듣는 음악은 학생의 자율적인 권리 아래 남겨두었다.

 

<쇼생크 탈출>에는 주인공(앤디)가 교도관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피가로의 결혼편지 2중창’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음반을 고르는 앤디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앤디가 그 순간 왜 굳이 오페라를 골랐을까 그 마음은 알 수 없다. 자율성의 사전적 정의인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스스로 통제하여 절제하는 특성>을 이 지점에 빌린다면, 앤디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이 자율성에 대한 목마름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점은 추측할 수 있다.

모짜르트 <피가로의 결혼> (출처: 구글 이미지) 

 

 

 

2. 자율적인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다. 


 

심리학에서 ‘자율성’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개념이 <배변훈련>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유아가 배변하기 위해서 괄약근에 힘을 주는 그 감각을 자율성의 근간이 되는 힘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자기가 원하는 힘의 강도에 따라 배변을 통제할 수 있다면 자율적이라 본 것이다. 

 

“내 맘대로 할 거야” 

 

엄마가 수건을 세 번에 나눠 접으라고 할 때 기어코 동그랗게 말아 놓는 고집. 

맛이 보장된 레서피가 존재하는 세상에 살며 굳이 자기만의 방식을 시도해보는 의지. 


고집과 의지는 자율성의 일상적인 표현이다. 물론 세상은 성인인 우리에게 배변 활동이나 고집보다는 훨씬 세련된 형태의 자율성을 요구한다. 우리가 나이듦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인격도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성숙을 향한 겸손한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





 

 

3. 자율적이면서 성숙한 사람은 영향력과 책임감을 고려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 중 (출처: 구글 이미지)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는 혼자 듣던 ‘피가로의 결혼’을 감옥 전체에 흘려보낸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공중을 바라보며 오페라를 듣는 장면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할만한 장면이다. 주인공은 행동의 대가로 독방에 갇힌다. 고등학교 야자시간, 귀에 쏙 들어가게 꼽았던 음악 선곡에는 대가가 없었지만, 영향력도 없었다. 어른이 되자 매체를 통해 흘려보내는 글과 음악 뒤에 선곡의 자유와 더불어 대가가 붙었다. 영향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고, 책임감이 따라붙는다는 점은 두려운 일이다. 


<쇼생크 탈출> 포스터 위쪽 귀퉁이에 쓰여 있는 희망과 두려움은 알고 보니, 자율적인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양 극단의 감정이었다.



 

두려움은 당신을 가두어 두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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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9 0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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