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The Psychology Times=정지혜 ]
“거짓말은 나쁜 거야!”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 종종 들었던 말이다. 가령 친구들과 더 놀기 위해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숙제를 안 했는데 집에 놓고 왔다고 선생님께 말했을 때, 집에 있는 간식을 내가 먹었는데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진실이 밝혀지게 되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훈계를 듣게 된다.
거짓말은 왜 나쁜 것일까?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어떤 상황에서든 거짓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친구가 우리 집에 있고, 살인마가 친구를 찾으러 집 앞으로 찾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살인마는 친구를 봤냐고 물어볼 것이다. 살인마가 친구를 죽이려는 것을 아는 당신은 뭐라 대답할 것인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칸트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칸트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거짓말로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거짓말이 결과적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저하하기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리주의자들과 다르게 ‘도덕’을 결과가 아닌 원칙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친구가 우리 집에 숨어 있어요.”라고 진실만을 말한다면 살인마에게 쫓기는 친구가 살해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칸트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답으로 부분적인 진실만을 말하여 거짓말을 피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가령 위의 상황인 경우, 2시간 전에 다른 방향으로 가는 친구를 봤다고 말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렇게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였을 때 우리에게 발생하는 이점들이 있다.
과학자 크리스티안 러프는 정직의 메커니즘을 연구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의 참가자들은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돈을 걸고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을 진행하였다.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컴퓨터 화면에는 어떤 결과에 돈이 지급될지 표시되었고, 참가자들은 승률을 높이기 위해 주사위의 결과를 거짓으로 말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부정행위 정도를 파악하였고 그 결과,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참가자들의 전두엽 대뇌 피질에 전기로 자극을 주었는데 놀랍게도 거짓말의 빈도가 반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전두엽 피질은 뇌의 의사 결정, 감정 조절과 같은 이성적인 부분에 관여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
“물질적인 사리사욕이나 도덕적 신념의 변화로 설명될 수 없었고, 참가자들의 충동성, 자발적 위험 감수, 기분과도 무관했다.”
정직과 근엄을 실천하는 것은 도덕적, 인격적인 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발생하는 특징이었던 것이다.
정직함이 전두엽이 강화되어야 발생한다면 반대로 정직해지면 전두엽이 강화될 수 있을까?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훈련을 하면 뇌는 변화할 수 있다. 공부로 뇌의 다른 회로가 강화되듯이 솔직함으로 우리의 논리 회로가 강화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거짓을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가져오는 결과적인 이익을 고려하더라도 ‘거짓’은 옳은 것이 아니다. 더 멋진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한 번 용기 내 솔직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자그마한 변화가 미래의 새로운 당신을 만들 것이다.
지난 기사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인 것을 넘어 진짜 ‘나’라고요.
참고문헌
애나 렘키(지은이), 김두완(옮긴이). (2022). 도파민네이션. 흐름출판.
마이클 샌델(지은이), 김명철(옮긴이). (2014).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wisdomgirl_0_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