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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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딸’이고 싶었다 [1]> 에서 이어집니다.
일전의 이야기의 등장인물이었던, ‘나의 엄마’를 기억하는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전편인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딸’이고 싶었다 [1]>을 먼저 읽고 와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나의 엄마’는 어린 시절, 늘 엄마의 사랑이 고팠고, 엄마와 다른 형제자매들이 일으키는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시간이 흐르고 능력 있는 남편을 만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엄마와 형제자매들은 ‘나의 엄마’의 경제적 여유를 나누어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겼다. ‘나의 엄마’의 마음속에는 오래전 결핍 때문에 ‘내가 이만큼 엄마와 형제들을 위해 보탠다면 나를 더 사랑해 주고, 또 인정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엄마와 형제자매들은 ‘나의 엄마’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에게 고마워하거나 소중히 여겨주기는커녕, 오히려 조금만 서운한 것이 생기면 더 화를 내고 과도한 요구를 하곤 했다. ‘나의 엄마’는 원한과 원망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그리고 이 분노는 어느 날, 무언가 유사한 구조를 보이는 관계 안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 바로 ‘그날’ 말이다. ‘이모’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고, 그런 화를 자신이 겪어야 해서 당황스러웠을 문제의 그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나의 엄마’는 ‘이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이모’는 특유의 넓은 이해심으로 ‘나의 엄마’를 용서하면서, 둘은 전보다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야기 속의 ‘나의 엄마’가 ‘이모’에게 표출했던 ‘분노’는, 무의식적으로는 선택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던 유사한 구조 및 환경, 관계 속에 놓인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반복을 지속하는 이유가 어떠한 '트라우마' 때문이므로 우리가 위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반복 속에는 '복수의 쾌락'이 숨어 있다. 자신이 겪은 상처, 그리고 상실에 대한 애도가 채 이루어지지 못하고 남아 있을 때, 그것에 매몰되어 상처를 반복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즉, 자신의 상처로 인한 분노를 직접적인 대상이 아닌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표출하는 것에서 오는 쾌락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자신을 핍박하고, 공격한다고 느끼며 고통스러워하지만, 그 고통을 발산시키고 그 고통을 담보로 지속적으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는 분석 과정에서, ‘이모’가 그런 복수를 감행해도 좋을 만만한 상대였을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성찰을 해 냈다. 감정의 대상으로 상대를 놓고, 관계가 악화된다고 해도 스스로는 약자로 남을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계산이 들어 있었다는 것까지 통찰해 낸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상처받은 과거와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으며,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애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그녀의 딸인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원한으로 놓아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끝까지 보듬지 못하는 엄마와 형제자매들을 먼저 놓아주고 싶어 했다.
그들을 놓아주고, 자신의 삶으로, 현실의 관계들 안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비로소 앞으로 내디딜 용기를 낸 것이다.
나의 엄마도, 사랑스러운 딸이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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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우란. (2020).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유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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