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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나연 ]


*해당 기사는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고 싶어서 자해를 했어요.”

언뜻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것도 꽤 높은 수치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자해, 자살 시도 비율은 2012년 11.4%에서 2021년 18.2%까지 증가하였다. 자해를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나쁜 기분을 멈추기 위해서가 4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32.1%),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24%) 등의 이유가 순서대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말 죽고 싶어서, 혹은 죽겠다는 생각으로 자해를 하는 것일까? 대다수가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위의 통계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자살적 자해(NSSI: Non Suicidal Self-Injury)라는 개념도 등장하게 되었다. 비자살적 자해란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통증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죽고자 하는 의도가 없이 하는 자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된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압박감, 불안, 우울 등을 겪으며 긴장상태에 놓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강하게 긴장을 이완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자극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긴장을 이완시키는 위험한 행위가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몸은 상처를 내면 도파민과 엔돌핀과 가은 호르몬들이 분비되며 순간적으로 긴장이 이완되고 아픔을 잊기도 하기에 이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긴장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자살적 자해는 더 큰 자극을 충족시키기 위해 행위의 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다른 중독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렇기에 자살의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NSSI는 미디어와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8년 3월 말 청소년 대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미화하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이 방송을 기준으로 자해로 인한 응급실 평균 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방영 이전의 경우 10~14세의 경우 월별 인구 10만명당 0.9명에서 3.1명으로 늘었으며, 15~19세는 5.7명에서 10.8명, 20~24세는 7.3명에서 11.0명으로 증가하였다. 방송 이외에도 인터넷, 뉴스, 영화, TV, SNS를 통해 인증하는 듯한 위험한 글들, 심지어는 노래 가사를 통한 노출이 자해 행위와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위험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주변인이 자해 사실을 알게된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도움을 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자해 행위를 하는 개인의 차원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하고 싶은 말이나 자신의 마음을 일기처럼 글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위험한 신체적 자극을 주기보다는 고무줄을 팔목에 감고 충동이 들 때마다 고무줄을 튕기거나 종이를 찢는 등 직접적으로 위험을 가하지 않는 행위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사회적 차원에서 역시 비자살적 자해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들이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 낙인받지 않도록 주변인의 부정적인 언행이 나타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해 행위를 하는 사람의 경우 이 행위를 멈추는 것 외에는 자신의 정신적인 고통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해를 멈추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반복된다면 실제로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살고 싶어하는 신호를 눈치채고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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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지윤,구민정, 황희훈, 이동훈. (2022). 비자살적 자해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각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및 보호요인. 한국상담학회. 상담학연구 제 23권 제2호. 69-98.

김초롱, 박연수, 장혜인, 이승환. (2017). 비자살적자해와 자살 간의 관계에서 습득된 자살잠재력의 역할: 자살에 대한 대인관계적 심리이론에 기반하여.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지 제13권 제2호. 60-65.

전종보. SNS가 불 붙이는 '청소년 자해', 취미.트렌드라고?. 2021.07.05. 헬스조선. https://n.news.naver.com/article/346/0000042182?sid=103

박태훈. 오은영 "청소년 자해 심각성 알아야, 자해 아이 ⅓ 더 큰 위험 시도". 2024.1.19. 뉴스1.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7301062?sid=102

이순용. 방송서 자해 콘텐츠 방영 후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 청소년 증가. 2023.05.07. 이데일리.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5480144?sid=102

김영철. 청년기 자해 행동, 사회경제적 지위 낮을수록 ↑... 최대 5.5배. 2022.07.03. 헤럴드경제.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01063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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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29 12: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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