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 The Psychology Times=김기훈 ]
사진 출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코리아
*본 기사는 현재 상영중인 영화 ‘위시’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위시‘가 개봉 한달만에 15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중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자 픽사를 제외한 디즈니 단독 배급작으로 역대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마법으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왕 ‘매그니피코’가 다스리는 가상의 왕국 ‘로사스’를 배경으로 하는 본 작품은 평범한 소녀 ‘아샤’가 왕국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고 로사스의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 싸우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작품인만큼 그동안의 작품에 대한 헌사와 다양한 카메오의 등장으로 디즈니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시’의 줄거리를 관통하는 주제는 소원이다. 로사스의 왕 매그니피코는 성인이 되는 국민들의 소원을 모아서 보관한다. 그리고 매달 이루어지는 소원 성취식에서 그동안 모아왔던 소원 중 하나를 들어준다. 얼핏 들어서는 이상적이고 인자한 통치자로 보이지만 아샤는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발견한다. 첫번째는 소원을 바친 사람은 본인의 소원을 스스로 성취할 의지를 잃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원 자체를 망각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루어줄 소원을 매그니피코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매그니피코가 선택하지 않은 소원은 영영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저장되며 그 소원을 빈 사람은 본인의 소원이 무엇인지도 망각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다는 것이다. 물론 매그니피코는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면 나라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변호하지만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겠다’라는 아샤의 할아버지의 소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점에서 본인의 권력이나 체제의 유지를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는 '소원'
이 작품에서 소원은 심리학적으로 동기의 개념과 유사하다. 영어로 동기를 뜻하는 단어 motivation은 ‘움직이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movere’에서 유래했다. 쉽게 말해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의미한다. 동기에 대해 설명한 가장 대표적인 이론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매슬로우의 욕구 계층 이론을 꼽을 수 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6단계로 나누어 다음 단계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갈망이 인간 행동의 동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처벌과 보상이 동기부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스키너의 실험 역시 동기에 대한 이론을 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스키너는 쥐의 행동을 분석하여 처벌보다 긍정적 강화가 동기 형성에 더 효율적임을 발표했다.
인간의 효과적인 동기부여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듀크대 교수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연구팀이 인도에서 진행한 실험 또한 그 일환이다. 댄은 인도 마두라이에서 세 집단의 실험군에게 각각 하루 급여, 2주 급여 5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서로 다른 보상을 약속하고 문제풀이를 지시했다. 더 많은 외적 보상이 더 큰 동기를 유발한다는 기존의 이론과는 달리 제일 적은 보상을 약속받은 집단이 가장 큰 성과를 보인 결과가 나타났다. 댄 교수는 이 결과를 외적 보상의 양과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과도한 보상은 오히려 더 낮은 성과를 유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외적 보상보다 성장을 포함한 내적 동기가 더 큰 성과를 가져오는데, 이는 기존의 매슬로우 욕구계층 이론에서도 더 상위 욕구에 해당한다.
아샤, 잃어버린 로사스의 소원을 되찾아주다
매그니피코는 본인이 주도하는 통치체제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소원을 이루어준다. 하지만 이 체제의 모순을 발견한 아샤는 본인이 직접 소원을 빌고 이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결말부에 이르러 별에게서 마법 능력을 얻게 된 아샤는 소원을 직접 이뤄주는 대신 본인이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기존의 매그니피코의 방식이 단순히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이라면 아샤는 각자의 내적 동기를 존중하고 성취를 자극하여 더욱 생산적인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타락한 매그니피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자신의 힘을 키우는데 이용한다.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흡수당한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이 작품에서 소원 그 자체 혹은 자신의 의지를 상징하는 별은 이미 소원을 바친 '사이먼’을 보고 슬퍼 보인다고 말한다. 절정부에 이르러 소원을 간직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아샤를 배신하고 매그니피코의 편에 선 인물 또한 사이먼이였다. 이는 스스로가 쫓는 꿈 혹은 동기를 잃은 사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의 쿠키영상에서 아샤의 할아버지는 모든 디즈니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피노키오의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연주한다. 소원해왔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마침내 만들어낸 것이다. 위시는 디즈니가 걸어온 발자취를 상징하는 이 노래를 한 편의 영화로 확장시킨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이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누군가가 마법처럼 이루어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디즈니는 자사의 100년을 기념하는 위시를 통해 꿈을 이루는 주체는 바로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심영섭.(2015.02.17.).인간은 무엇으로 움직이나?-동기심리학의 세계.월간중앙.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mammabix@gmail.com
'위시'에 대한 내용을 깊이 있게 분석하셔서 심리학적 이론들을 효과적으로 적용했네요!. 특히 매슬로우의 욕구 계층 이론과 스키너의 실험을 훌륭하게 적용하신 점이 인상적이었고, 아샤와 매그니피코의 대립을 통해 작품의 깊은 의미를 해석하신 것도 멋졌습니다. 글 속에서 디즈니의 발자취와 메시지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글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