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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통한 치유 - 초등교사 J의 일의 기쁨과 슬픔 05화 - 대학원에서 아동문학교육을 전공하다
  • 기사등록 2024-04-02 23: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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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새내기 교사 시절부터 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산골 오지에서 근무하던 때에는 도시로 근무지를 옮기기만 하면 상담 대학원을 다니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도시로 학교를 옮겼지만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기만 해도 벅찼다. 그렇게 대학원은 생각만 하다가 10년이 지났다. 그런데 막상 10년 차가 되면서 내 생각은 바뀌었다. 내가 힘든 고통을 겪고 상담을 통해 치유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상담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전문성을 요하는지 얼마나 마음이 단단해야 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물론 교사도 학생, 학부모 상담을 수시로 하긴 하지만, 전문상담교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에 대한 관심이 나의 적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보다는 초등교사들이 많이 전공하기도 하는 아동문학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 나는 원래가 소설이나 에세이, 동화 가리지 않고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늘 읽고 쓰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더 나에게 적합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한 교대 대학원에 아동문학교육 전공으로 입학하게 됐다. 입학 전에 주로 읽었던 동화나 그림책은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는 정말 다양한 주제와 종류의 동화 또는 그림책을 읽게 됐다. 흔히 소설에 비해 폄하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우수한 작품성을 지닌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접하게 됐다. 대학원 동화창작 수업에서는 백분위 99의 A+을 받기도 해서 자신감은 더욱 고양되었다. 


물론 아직 나는 햇병아리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지만, 여러 작가와 초등교사 두 개의 정체성을 지니고 계신 선배 선생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 진짜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그분들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들인지 느끼게 되었다.


동화는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하여 쓴 글이다. 동화작가였던 방정환은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초등교사로서 생각해본다. 요즘 어린이들이 동심을 지켜나가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고 말이다. 매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님을 대면하기도 힘든 아이들, 학력으로 차별받는 아이들. 학교폭력과 여러 갈등으로 상처받는 아이들. 그런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동화를 써서 삶에서 겪는 아픔을 치유받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것 또한 매우 인생의 큰 기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힘든 시절,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동화를 읽고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었다. 서간체 형식의 동화인 이 책은 고아원 출신 주디가 자신을 후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멋진 숙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오래된 외국의 동화이지만 전 세계 여러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이런 게 바로 동화, 더 나아가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이야기란 것은 읽는 사람에게도, 창작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위로와 치유의 기쁨을 선사한다. 내가 지나간 시련과 아픔의 고통 속에서 치유받을 수 있었던 힘도 힘들 때마다 이야기를 읽고 또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였다. 그리고 전보다 더 내 일과 삶을 사랑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을 많은 어린이 그리고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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