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박한희 ]


여러분은 사람을 쉽게 미워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올해로 상경을 한지 딱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지하철을 헤매지도, 높은 건물에 놀라지도, 많은 인파에 당황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여유’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을 탈 때마다 사람을 쉽게 미워했습니다. 출퇴근 길의 숨 막히는 공간이 싫었고,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싫었고, 저를 치고 가는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시험 기간에는 지하철에서 마주한 타인만이 아니라, 가까운 지인까지도 미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이는 저만 느낀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난 뒤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느낀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쉽게 미워하는 건, 청년들 개인의 문제인 것일까요?

 



생존을 위해 도망치다


개인적으로 대학생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보다는 불안과 압박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현대 사회에선, 저처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흔해 보이기도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이 된 것입니다.

 

여러 논문에서 저성장, 취업난 등 불안정한 경제적, 사회적 구조가 청년들을 불안으로 몰고 간다고 합니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생존을 갈구하게 만들고,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청년들은 탈락과 도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해진 것입니다. 학점과 아르바이트, 자격증 취득, 어학연수, 대외활동, 동아리 활동 등 육각형 인재가 되기 위해 시간을 태워야 합니다. 이렇듯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사치가 되었고, 각자의 길을 향해 달리기 바쁜 사회가 되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달리는 청년들은 회복되지 않는 피로와 더불어 정체성의 불확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공동체적 기반이 무너진 일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마침내 직면하다


노력은 생존을 연장시켜주는 대신, 여유를 앗아갑니다.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 숨이 막히고, 쉽게 예민해지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을 헐뜯는 일을 정당화합니다. 더욱이 생존하기 바쁜 사회 속에서, 개인이 ‘청년 불안’ 문제까지 신경 쓰기엔 벅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문제는 해결을 위해서 사회적인 관심과 행동까지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개인은, 결국 생존을 이유로 남을 미워하며 살 수밖에 없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의 불안에 집중하기'라고 정의해 보았습니다. 불안을 회피하고 타인을 함부로 대하기 보다, 시간을 가지고 그 감정을 직면해 보는 것입니다. 막연한 불안으로 인한 혼란의 연속에서 자신까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거울 너머의 감정을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집중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마주한 불안은 현재 처한 상황을, 자신의 상태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게 해줄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스스로의 존재마저 불안해지지 않도록 해주는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버팀목을 세웠을 땐,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혀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회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엔 넘어져있는 다른 사람을 보고 소통하며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생존하다 


청년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불안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도 아니며, 일시적인 문제도 아닙니다. 과도하게 자신을 탓하거나, 불안 해소에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조급해진 사회의 속도에 휩쓸려 자신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진정한 생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불안은 변해버린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 진화까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시진 않길 바랍니다. 문득 저처럼 사람을 쉽게 미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나, 끝없는 경쟁에 지쳐버리거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차분히 '불안'이라는 첫 단계를 통과해 보는 겁니다. 불안이 우리 모두의 진정한 생존을 향하는 단계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참고문헌

임윤서. (2018). 대학생의 시선을 통해 본 청년 세대의 불안경험. 민주주의와 인권, 18(1), 105-152.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8125
  • 기사등록 2024-02-26 19:36:3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현재의견(총 1 개)
  • yjgwon642024-02-28 15:36:28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마다 사람이 쉽게 미워지는 상황에 매우 공감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시험기간이어서', '지쳐서' 등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이 모든것은 "여유"의 부족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들때마다 '왜 나는 마음을 곱게 먹을수 없는거지, 나만 힘든게 아닐텐데 누군가를 이유없이 미워하면 서로 힘든건데 왜 나는 무던하지 못하지'라며 자책을 하기도 했었는데,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말에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