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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날 생각해서 한 행동이라고? - 내가 한 배려는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 기사등록 2024-02-28 1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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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지아 ]



난 애초에 나쁘게 태어난 사람이라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스스로 태생이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배려란 어려운 주제이다. 아니,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상대방의 수저를 먼저 놔주는 것 등의 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몸에 베여 나오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 때로는 배려를 숨 쉬듯 하는 사람을 보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초에 나쁘게 태어난 사람인 나는 계속해서 '배려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자연스럽게 되지 않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 '이런 말을 하면 기분이 어떨까?', '저런 행동이 이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등의 생각들은 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 그러나 과한 배려가 되레 독이 되기도 한다. 나의 행동이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려의 정의와 방법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배려가 뭔데?


배려의 사전적 정의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배려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2014년 12월,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해 2015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의 핵심 역량은 '공감 및 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과 갈등 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정의하고 교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 각자에게 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의, 체계, 교육 전략 등에서 그 범위가 모호해졌다. 그래서 우리에게 적절한 배려를 채택해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그럼, 배려는 어떻게 하는 건데?


우리는 배려를 5가지 성질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성질에는 쌍방향성, 상대성, 다차원성, 유동성, 선택성이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쌍방향성'이다. 스스로 상대방을 위한 행동을 한다면, 관계에서 배려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는 사람 A가 본인을 '배려하는 존재'라고 여기면 B는 자연스럽게 '배려 받는 존재'가 된다. 그렇기에 A와 B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두 번째는 '상대성'이다. 우리 모두 관계에서 각자의 입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배려에 때론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만약 A가 B의 물컵에 물을 따라주었는데 B는 오렌지주스를 따라 먹을 예정이었다면, B에게 A의 행동은 당혹스러운 상황이 된다. 따라서 먼저 "물 마실래?"라고 물어보거나 "나는 오렌지 주스를 먹고 싶으니 물을 따라주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준다면 민망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다차원성'이다. 배려는 각자의 가치관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령 연인 관계인 A와 B가 같은 직장에 다닌다면, B는 A를 여자친구가 아닌 직장 상사로서 대할 수 있다. 상대방의 위치를 고려해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에 맞는 배려를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유동성'이 있다. 배려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B의 물컵에 물을 따라준 A에게 "사실은 오렌지 주스를 먹고 싶었어"라고 말한다면, A는 자신의 행위가 배려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반대로 B는 A의 행위가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말과 행동을 깨닫고 발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선택성'이 있다. 우리는 배려를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부분만 선택할 수 있다. A가 B의 가방을 들어주려고 할 때, B는 이를 받아들이거나 사양할 수 있다. 또 A에게 "혹시 가방 말고 이걸 들어줄 수 있어?"라고 다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선택성을 고려한다면 배려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배려하는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상황을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태생이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배려는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배려의 성질과 그에 따른 적절한 방법을 살펴보았다. 단순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배려도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까 말을 하지 못했다는 나의 생각은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는 침묵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미 상황이나 답을 정해둔 상태로 하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방 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깨달음을 얻어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배려의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출처

김기태. (2022). 포지셔닝 이론에서 본 ‘배려’: 그 가능성 탐구. 인문언어, 24(1), 157-184

김창경. (2022). 유가철학 ‘서(恕)’를 통해 본, 도덕윤리교육의 배려(配慮)윤리 연구. 동서철학연구,(106), 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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