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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종수 ]



누군가가 탁자 위에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컵을 보고 “컵에 물이 얼마만큼 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누군가는 “컵에 물이 반밖에 없어요.”라고 대답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컵에 물이 반씩이나 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컵에 물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는 물을 그대로 둘 수도 있으며, 반대로 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는 주전자를 가지고 와서 컵에 물을 더 부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간단한 사례처럼 하나의 상황 혹은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판단과 행동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어떠할까? 과연 물이 담긴 컵을 보고 우리는 ‘물이 얼마쯤 차 있네’라는 생각을 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컵은 액체를 담는 용기이기에 그저 물이 차 있을 뿐 이를 보고 ‘절반이나 차 있잖아!’와 같이 깊이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이 담겨있는 컵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경험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익숙함에 속아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익숙함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당연함에 길들여져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당연함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시선에서 이들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하나의 대상, 너무나 다른 시선


A 우유에는 “99.9% 멸균”이라는 표시 문구가 적혀있고, B 우유에는 “0.1% 세균 잔존”이라는 표시가 적혀있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에게 “두 우유 중 어느 우유를 드시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위 두 가지의 표지 문구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B 우유보다는 A 우유를 사 먹는 것이 우리에게 더 건강하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인 어윈 레빈(Irwin P. Levin)은 “75% 살코기”와 “25% 지방”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을 때, 두 가지 표현이 같은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피실험자들의 평가는 “75% 살코기”가 고기의 맛이 더 뛰어나고, 육즙도 풍부하다고 평가내렸다. 

 

그렇기에 같은 대상일지라도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도 있고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부정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을지라도 다양한 표현이나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해당 생각을 또 다른 관점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같은 가격, 다른 느낌



햄버거 프렌차이즈 중 하나인 버거킹에서는 김영철 배우를 내세워 사딸라(4$)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해당 광고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는 김영철 배우가 세트 가격을 “사딸라(4$)”라고 외치며 계속해서 “사딸라”를 강조한다. 광고 후반부에서는 실제 세트 가격인 4,900원을 명시하긴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사딸라를 통해 ‘햄버거 세트 가격은 4천 얼마쯤 하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실제 가격에 대한 저항감을 낮출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면, 스타벅스 메뉴판의 가격을 자세히 살펴보면 4,500원인 아메리카노를 4.5, 5,000원인 라떼를 5.0으로 표시되는 등 실제 가격에 대해 훨씬 간략하게 표시되어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같은 가격 표시 또한 결국 소비자들에게 해당 메뉴판을 보고 백 원 단위에 대한 중요성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경계심까지 낮춰 해당 제품을 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숫자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위 같은 예시들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깝게 보여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이들을 또 다른 시선을 갖고 본다면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당연함을 경계하면서도 동일한 상황, 사건, 가격일지라도 어떻게 표현되고, 그것을 보고 어떤 관점에서 짜여지는 지를 본인 스스로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생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고 남들은 생각해 보지 못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이가연.“사딸라”에 지갑이 열리다. 버거킹 광고에 숨은 행동경제학의 원리. 2019.09.05. 소비자평가.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9763

서현아, 2016년,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 공동체

Anthony Patkanis, 2015년, 누군가 나를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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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08 14: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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