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연
[The Psychology Times=고다연 ]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대를 지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의 의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최근 소비 추세 중 하나인 ‘착한 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는 “도덕적 신념에 따라 의식적으로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인권,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물건을 살 때 가격이나 디자인만을 고려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소비가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 중 90.7%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매 의향을 밝힌 응답자 중 95.3%는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데 가격은 크게 중요치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충분히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착한 소비를 통한 감정 경험
패션 산업은 특히 이러한 변화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과거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따라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문화가 유행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들은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시켰고 옷이 나오는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 또한 오염물질을 쉴 새 없이 배출했다. 패스트 패션의 출현과 이에 따른 충동구매 문화는 사람들에게 옷은 ‘입다가 금방 버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소비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환경친화적인 소재와 생산 과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매자 대부분은 이러한 윤리적 소비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혜 교수 연구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와 관련한 감정 경험을 포괄하는 본질은 “지구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사랑으로 행복한 공존을 위해 불편도 감수하는 떳떳한 충족감”이었다.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감’은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구입함으로써 죄책감이 없고 양심 있게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자존감’과 ‘도덕적 우월감’도 함께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NO재팬’, ‘SPC 상품 불매운동’ 등 비도덕적인 사건이 벌어진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는 ‘보이콧’ 같은 운동 또한 공동체를 위한 선택이란 ‘정의감’과 관련되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윤리적 소비를 해서 개인의 만족과 더불어 다음 세대까지 고려하는 책임감에서 나타나는 거시적인 차원의 만족을 포함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친환경 브랜딩
이러한 흐름은 많은 패션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제품 라인을 선보이거나 친환경적인 제조 과정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유도한다. LF 헤지스나 세이브더덕(SAVE THE DUCK) 등의 브랜드는 업사이클링(새활용)이나 동물성 원료 배제와 같은 친환경적 제품 라인을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패션의류를 접하던 사람들에게 의류 폐기물의 새로운 변신은 큰 흥미를 이끄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제품을 처음 접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구매의 만족과 함께 새로운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이 점차 이 흐름에 동참하여 비슷한 시도를 했을 때, 매출이 증가하고 재고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등 반응도 뜨거운 것으로 보아 대중도 패션계의 변화를 반기고 즐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소비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행위를 넘어서 환경에 대한 책임과 사랑, 사회적 정의에 대한 염려를 반영한다. 최근 현세대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믿음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지구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을 느낀다. 이는 개인에게 도덕적인 우월감과 자존감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착한 소비는 단순히 제품을 살 때의 선택이 아니라 제품 구매 행위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착한 소비의 패러다임은 소비자의 감정적 만족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참고문헌
박미혜. (2015). 윤리적소비와 관련한 소비자의 감정경험. 소비자학연구, 26(3), 27-58.
정다운, 김영삼. (2022). 지속가능 패션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의도 및 구매행동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E-TPB(확장된 계획행동이론)를 바탕으로. 패션비즈니스, 26(5), 105-121.
아이뉴스24. (2024년 1월 27일). “가치소비가 뭐길래” 소비자들 지갑 연다. https://www.inews24.com/view/1680986
매거진 한경. (2023년 12월 21일). “지구에 좋은 화장품 살래요” 가치소비에 지갑 여는 MZ세대.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1221276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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