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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채수민 ]



2월에는 긴 휴일이 있었다. 바로 설 연휴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놀다 보면 흥이 오르기 마련이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게임이다. 아이들은 윷놀이하고, 어른들은 화투를 치기도 한다. 술에 취한 친척 어르신이, 그냥 놀면 재미없으니 돈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시기도 한다. 


이렇게 명절에 모인 가족끼리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오고 가는 돈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가 일시적인 오락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시적 오락이 아니면 문제가 생긴다. 도박에 빠져 평생 모아온 돈을 모두 탕진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사채까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청소년들도 하는 바람에 한동안 화제가 된 적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도박으로 돈을 벌 확률보다 돈을 잃을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런데도 왜 이런 불확실한 승률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 있을까?

 



초심자의 행운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은 파울로 코엘료가 지은 ‘연금술사’라는 책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처음 도박을 해본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큰돈을 딴 경우에 이 말을 쓴다. 만약 첫 시도에서 돈을 딴 후 곧바로 도박장을 나온다면 좋은 결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행운이 자신에게 한 번 더 올 것으로 생각하며 계속 하다 결국 처음에 딴 돈보다 몇 배 이상을 잃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초심자의 행운이 실제로 존재할까? 돈을 따는 것은 짜릿하다. 게다가 처음 도박을 시작한 사람이 돈을 따는 것은 극적인 순간이다. 드렉셀 대학교의 생물통계학 교수인 에드 그레이슬리 박사는 초심자가 돈을 잃은 것보다 돈을 딴 것이 더 흥미로우므로 그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고 믿고, 그 믿음을 주변에도 퍼뜨린다고 한다. 이렇게 확증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면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도박을 한 사람은 돈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꼭 도박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전문가로서의 노련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문자는 다르다. 이제 막 그 분야에 입성한 사람은 소위 말해서 잃을 게 없다. 손해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더 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는 부담감과 초조함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초심자가 성공하게 될 수도 있다.


도박에서 초심자의 행운은 헛된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좋다. 노르웨이에서 4000명 이상의 도박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었다. 도박 중독의 위험군인 도박사들의 55%는 초심자의 행운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박 중독 위험군이 아닌 도박사들은 21%만이 초심자의 행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초심자의 행운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도박사의 오류



도박사의 오류는 독립적인 사건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인지적 왜곡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검은 구슬이 나왔으니 다음에는 빨간 구슬이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검은 구슬이 나온 것과 미래에 나올 구슬의 색깔은 관련이 없다. 


이런 도박사의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현재의 힘든 삶과 불운이 미래에는 보상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도박에 투영해서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돈을 계속 잃는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인지적 왜곡이 생긴다. 두 가지 이유 모두 미래에 대한 비논리적인 희망 때문에 계속 도박하게 만든다. 





초심자의 행운과 도박사의 오류 같은 인지적인 왜곡은 도박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므로 도박 중독 치료는 이러한 왜곡을 다루는 인지행동치료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도박에 일확천금의 환상 같은 것은 없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그것은 전부 당신의 착각일 뿐이다. 그러니 도박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거나,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파울로 코엘료, (2004). 연금술사. 문학동네. 최정수 옮김.

Ohtsuka, K., & Ohtsuka, T. (2010). Vietnamese Australian gamblers’ views on luck and winning: Universal versus culture-specific schemas. Asian Journal of Gambling Issues and Public Health

Ohtsuka, K. (2013). Views on luck and winning, self-control, and gaming service expectations of culturally and linguistically diverse Australian poker machine gamblers. Asian Journal of Gambling Issues and Public Health

Avir Mitra, “Does beginner’s luck really exist or is it all in our heads?”, WHYY, July 2, 2015, https://whyy.org/segments/does-beginners-luck-really-exist-or-is-it-all-in-our-h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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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07 14: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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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ejinwoo09112024-03-08 00:50:38

    도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명확하고 꼼꼼한 분석을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의 구성이 명확하며 각 주제가 체계적으로 다뤄져 있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초심자의 행운과 도박사의 오류를 통해 도박에 대한 실제 상황과 함께 심리적 측면을 다루어, 독자들이 도박에 빠질 가능성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경각시키고 있으며, 또한 도박 중독에 대한 통계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도박 중독 치료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박에 대한 경험이나 유혹을 당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현명한 조언을 제공하고, "도박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거나,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은 독자들에게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도박에 대한 인지적 왜곡을 다루며 책임감 있는 게임 태도를 촉구하는 데 감명 받았습니다. 충분한 정보와 함께 읽기 쉽게 편집된 글로, 독자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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