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The Psychology Times=신지아 ]
다들 이렇게 사더라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 여자친구들이 전부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말하길래 일부러 나는 하늘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 브랜드의 옷이 유행하면 그 옷은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의 비슷한 옷을 사서 입고 다녔다. 어쩌면 반항하는 모습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이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그렇다. 이 심리는 요즘의 소비 성향과 연결된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나 신념, 생각 등을 소비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21세기에 들어오며 기존 시장에서 기업의 제품 차별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제품에 대한 정보와 역사까지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소비자는 상품성에서 더 나아가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남을 의식하는 과시 소비와 다르게 실용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특징도 있다. 이러한 가치소비 종류 중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닝아웃' 트렌드는 소비로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말하고, 드러낸다.
이처럼 가치소비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유행 소비심리' 때문이다. 트렌드(trend)란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하는데, 가치소비도 결국 유행에 따라 성행하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 사고 싶어지는 기본적인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행 소비 심리는 왜 생기는 것일까?
쟤도? 그럼 나도
먼저 유행이란 일시적 혹은 다소 짧은 시간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파되는 행동 성향을 말한다. 어떤 사회집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기간 동안 유사한 행동 및 문화를 택하며 생기는 사회 동조현상인 것이다. 사회학자 짐멜(G.Gimmel)은 유행의 원인을 동조 심리와 차별화 심리를 통해 정의했다. 동조심리는 주변 사람과 똑같은 행동을 통해 안도감을 얻는 것이고, 차별화 심리는 다른 사람과 구별될 때의 만족감을 말한다. 이 두 가지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유행이다. 즉, 똑같이 소비는 하지만 그 속에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행은 위의 동조 심리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할 때 시작된다. 모방은 친밀감이 높은 집단일수록 더 강해지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심리 사회적 전염'이라고 한다. 우리 뇌는 친하다 생각될 때 정서가 더 쉽게 전염되고, 타인에게 퍼뜨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거울뉴런(mirror neurons)'으로 인해 발생한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해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목소리를 낮추게 되고, 다른 사람이 하품을 하면 같이 따라 하품을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인 것이다. 모방은 거울뉴런이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따라하게 만드는 원인이고, 이것은 선천적인 성향이다. 따라서 유행 또한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유행이 소비와 결합될 때 '밴드웨건(Bandwagon) 효과'가 나타난다. 밴드웨건 효과는 소비자들이 대중적 유행을 수용한 다른 소비자들을 따라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효과는 1950년대 미국의 '하비 레이번스 타인(Harvey Leibenstein)'에 의해 제시되었다. 밴드웨건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때 금광을 발견하면 선두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을 이끌고 금광으로 향하는 악대차이다. 특정 상품이나 현상이 인기가 높아져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 차에 군중이 불어나는 현상과 비슷해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고, 이 욕구가 결국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소비는 현재 소비 집단 전체의 선택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명한 소비를 위해
이렇게 유행 소비심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가치소비조차도 유행이 되는 시대, 이는 여러 심리적 요인 결합되어 나타난 모습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유행은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탄생한 현상이므로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현재의 경우 단순히 집단행동에 동조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취함으로써 바람직한 소비 성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확실한 소비 기준이 없다면 유행에 편향된 소비만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비에도 여러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해 자신만의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출처
조주홍. (2023). 트렌드 가치소비 확산에 변화는 ‘선택’ 아닌 ‘필수’. 넥스트 이코노미,(231), 36-37.
[네이버 지식백과] 유행소비심리 - 친구가 사면 나도 사고 싶다 (멍청한 소비자들, 2015.05.20, 범상규)
[네이버 지식백과] 거울뉴런과 모방소비 -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공감하는 심리 (멍청한 소비자들, 2015.05.20, 범상규)
김정숙, "유행과 밴드웨건효과", 제주일보, 2022.11.23,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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