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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박한희 ]




‘법’,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법을 딱딱하고 평면적인 글자의 조합으로 여긴다. 단순히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이에 해당하는 법 조항을 적용하고, 처벌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평면적인 법의 내면을 탐구하는 학문이 탄생했다. 바로 법과 심리학의 결합인, 법심리학이다.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정의는 ‘법의 집행과 교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연구와 조언을 하는 학문’이다. 법과 심리학의 조합이 꽤나 생소하면서 흥미로울 것이다. 법심리학이 탄생한 배경과 적용 사례, 앞으로의 전망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법심리학의 탄생


1843년 대니얼 맥노튼(Daniel McNaughten)이 영국 총리를 암살하려다 착오로 비서를 살해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재판에서 맨노튼 측의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불면증, 망상 등 정신이상을 주장했고, 무죄를 받아냈다. 이 판결이 영국 및 미국에 심신상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이 기준을 ‘맥노튼 기준’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심신상실, 정신이상이 사실 법심리학의 등장 배경이었던 것이다. 

 

1908년 맥노튼 기준에 이어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휴고 문스터버그(Hugo Munsterberg)는 “증언석 위에서”라는 책을 통해 심리학이 어떻게 법 체계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심리학과 법이 만나는 지점에서 변호사, 판사, 배심단의 심리학까지 연구해야 한다는 문스터버그의 주장은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1954년이 되어서야 심리학이 실제 법 체계에 적용된 사건이 발생한다. 인종 분리 정책의 취하를 요구한 재판에서 해당 정책이 흑인 아동들의 자존감 및 성격적인 특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자들의 법정 의견서가 인용된 것이다. 

 


법심리학의 성장


이제 심리학의 일반적인 이론, 연구 내용 및 지식은 법 혹은 법 체계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재판의 경우, 심리학적 견해는 이제 간단한 인용의 역할이 아니라 판결에 영향을 주는 ‘근거의 역할’을 한다. 형사 사건부터 민사, 가사까지 모든 재판에서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형사책임능력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된다. 형사책임능력은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는 비난 가능성 또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으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책임무능력자로 하여 형을 면제한다. 이 책임능력을 비롯한 치료 효과, 위험성은 인지 및 심리학적 평가를 통해 쟁점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민사사건의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능력이 중요하다. 대체로 형법처럼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 결정 능력이 책임능력 유무의 추상적인 기준이 된다. 더해 심리적 손상에 대한 손해배상, 유언할 수 있는 능력 등에서도 심리학적 판단이 적용된다. 가사사건의 경우, 아이의 양육권 판단, 친권 박탈, 방문권 판단에 대해서 심리학적 자문활동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사건을 넘어 수사 심리학 등 관련 학문에 사용되기도 한다. 수사관의 적합성을 측정하는 성격평가과 검사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적성 검사가 그 예다. 법원에서 효과적으로 자문과 증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심리학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에 재판 상담 및 전문가 증언, 위험성 평가 등의 기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죄에 따라 글자 그대로 법이 적용되는 기계적인 과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적용 대상자의 심리 상태 및 치료 효과를 연구하고 법의 체계마다 필요한 내면적인 탐구를 통해 적용이 되는 것이다. 

 


법심리학의 미래 


아직 한국의 법심리학은 교육 분야와 연구 및 적용에 있어 제한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숙명여대 김민지 교수는 논문 “법심리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법 지식과 심리학적 지식 모두를 다루는 교육과 훈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연구 분야와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수요에 비해 전문가의 비율은 부족한 실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법심리학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며, 법 체계에 있어 심리학이 가지는 역할 역시 중대해지고 있다. 앞으로 법심리학의 미래는 기존의 다른 학문에 비해 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법심리학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보호관찰소, 교도소와 같이 관련 기관의 실무자들의 경험이 모여 더욱 발전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법심리학의 행보에 간간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참고문헌

김민지. (2013). 법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연구 영역 및 법심리학자의 역할. 한국심리학회지:법, 4(3), 12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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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9 14: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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