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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엑스트라에 몰입할까? - 회귀물, 빙의물 - 조연의 반란 - 웹소설 트렌드
  • 기사등록 2024-03-18 00: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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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안혜지 ]


출처: Tving

조연의 반란


<내 남편과 결혼해줘>.

요즈음 한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의 제목이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 주요 내용은 믿었던 남편에게 살해당한 후 10년 전으로 회귀해 복수하는 것이다. 회귀 이전에는 친구에게도, 남편에게도 무시를 당하며 '조연'의 삶을 살았던 주인공이 회귀 이후에는 미래를 안다는 점을 이용해 '주연'의 삶을 쟁취하게 된다는 것이 포인트다. 물론 로맨스 장르답게 그 과정에서 러브라인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회귀' 양상을 띠는 작품은 로맨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귀'라는 설정 자체가 이제는 한국 웹소설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에, 로맨스가 전혀 없는 sf나 현대판타지 등의 장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대기업 순양에서 미래자산관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주인공이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순양 가의 어린 막내아들에게 빙의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주인공이 미래를 안다는 점과 더불어 어린아이의 몸에 빙의되었기 때문에 아이답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순양 가에 의해 쓰다 버려질 목장갑이'라며 조롱을 받았던 삶에서 회귀 이후에는 순양 가의 후계자가 될 정도로 성공한 삶을 꾸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주인공들이 원래는 '조연', 혹은 '엑스트라'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편하고 행복한 조연의 삶도 아니다. 희망이 없고 멸시받는 조연의 삶을 살던 사람이 2회차 인생에서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이러한 회귀물, 빙의물들의 요점인 것이다.

 


엑스트라에 몰입하는 이유


우리는 분명 우리 삶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요즈음 발달한 sns와 미디어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나은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재벌가의 일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가끔은 나만 나를 주인공이라 여기는 세상이 아닌, 다른 이들도 나를 주인공이라 여기는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소설 속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던 조연들이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며 벌어지는 소위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 대부분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조연들의 1회차 인생은 우리가 익히 아는 현실, 혹은 로맨스 소설의 클리셰와 흡사한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바뀔지, 어떻게 클리셰를 깨부술지 상상하며 읽는 것 또한 재미이다.

 

또 로맨스 회귀/빙의물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점들 이외에도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회귀형 로맨스 소설들은 여성 엑스트라가 원작 이야기 구조를 재해석하며, 연애와 생존을 결합한 자기주도적 면모를 보이기 마련이다. 기존의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던 여성 주인공과는 분명 다르다. 또 단순 연애 서사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갖고 있던 '지식'을 끊임없이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독자에게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회귀물과 빙의물


이러한 회귀형 로맨스는 이제 한국 웹소설에서 공식 트렌드가 되었다. 단순히 로맨스에만 한정될 것도 없이, 판타지 로맨스나 sf소설, 액션 소설 등에서도 회귀 설정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이와 비슷한 설정으로는 앞서 언급한 '빙의'가 있다. '빙의'는 그 말 자체로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산다는 것, 즉 2회차 인생을 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회귀' 설정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회귀 및 빙의 설정을 가진 소설들이 최근 다수 웹툰화, 드라마화되며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웹소설에서는 이러한 설정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주 쓰였기에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하여 곧 새로운 트렌드가 웹소설 업계에 불어오지 않을까 싶다. 역으로 웹소설 등장인물이 현실에 떨어지게 되는, 그런 반전의 반전 트렌드 같은 것 말이다.




출처

안상원. (2020). 한국 웹소설의 ‘책빙의물’의 특성 연구—로맨스판타지 장르를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26(3), 8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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