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
[The Psychology Times=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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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이 밝았다. 올해는 ‘푸른 용의 해’로 푸른색의 '갑’과 용의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하는 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신년을 맞아 성취하고 싶은 모든 목표를 향해 더욱 용기를 갖고 푸른 용처럼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신년 목표, 안녕하신가요?
새해에는 많은 이가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나아가 새로운 결심과 다짐으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예컨대 학업 성적이 부족한 학생은 점수를 올릴 생각을 하고,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년 여성은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둔 학생은 취업 준비에 목숨을 걸고, 직장에서 승진을 앞둔 직원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작심삼일로 끝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분석 기관인 통계브레인조사연구소(SBRI)에 따르면 사람들의 새해 결심이 성공할 확률은 8%에 불과하다. 연구에 참여한 피실험자의 약 25%는 1주일 안에 목표 달성에 포기하고 절반가량은 한 달 안에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박약한 의지 문제일까? 초창기부터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운 것이 화근이었을까?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비현실적인 결심을 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아니오)'다. 진짜 문제는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를 실현하는 방식’에 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학창 시절 이후로 단 한 번도 언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던 직장인이 있다. 그러나 그가 영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300장이 넘는 토익책을 한 달 안에 정독하겠다는 목표로 매일 영단어 1000개를 암기하려는 접근 방식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아마 그 토익책은 3일도 채 되지 않아 책장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버릴 것이다.
우리가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다수의 심리학 전문가는 목표를 향한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큰 행동을 결심하면 우리의 뇌가 거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300만 년 동안 진화해오면서 두 개의 중추적인 기능 발달에 지속적으로 집중해 왔다.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결정하는 ‘대뇌피질’과 새로운 변화와 환경에 대응하는 ‘편도체’가 그 예다.
특히 편도체는 우리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편도체는 일종의 ‘행동 방어 체계’다. 해당 체계는 인간이 삶에서 중대한 변화와 위험을 맞닥뜨릴 때 즉각적인 경고 지시를 내리는데, 이때 뇌를 구성하는 대뇌피질과 같은 다른 기능을 함께 저하시킨다. 눈앞에 위험 요소가 도사리는 경우,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회로는 신체의 즉각적인 대응에 상당한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인간의 새로운 목표와 도전 역시 ‘위험’ 요소로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 뇌가 안전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신체에 즉각적인 방어 지시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뇌피질의 이성적인 사고 역시 멈추고 인간의 목표 달성은 결국 실패한다.
목표를 향해 단 한 걸음만 내딛자
그렇다면 이러한 편도체의 작용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까? 사실 수백만 년 동안 생존만을 목표로 삼아왔던 인류에게 최적화된 뇌 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뇌의 자동 방어 메커니즘을 ‘우회’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편도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게끔 굉장히 작고 쉬운 행동부터 실천하며 최종 목표에 점차 도달하는 전략이다.
앞서 언급한 영어 공부를 하는 직장인의 사례에 다시 적용해 보자. 그는 하루에 영단어 1000개가 아니라 10개부터 시작해야 된다. 그가 영단어 1000개를 암기하려는 순간 그의 뇌 속 편도체는 즉각적인 방어태세에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이 너무 늦춰지는 것이 아닐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점차 영단어 10개, 11개, 12개가 익숙해진다면 어느새 1000개의 지점에서도 그의 편도체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천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목표가 되기까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성과 중심주의 사회에서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람들을 압도해 그들로 하여금 단기간 내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제대로 된 방향을 갖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지만, 그에 걸맞은 속도가 함께 붙어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작심삼일은 없다. 우리 뇌의 편도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도록 일상 속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나가자. 작은 실천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모여 ‘목표’가 된다. 2024년에는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도록 신년 목표를 제대로 달성해 보자.
참고문헌
로버트 마우어,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장원철, 스몰빅라이프, 2023
중앙일보, [Website], 2023, 운동 싫어하는 건 '뇌 탓'이었다…"달력에 운동시간 쓰세요" 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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